난 한달 30만원에 특급호텔 피트니스센터 간다

입력 2019-10-09 17:51
수정 2019-10-10 01:34

지난달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럭셔리 호텔 안다즈 서울강남은 피트니스센터 회원을 모집 중이다. 연회비 880만원을 내면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사우나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입회 보증금도, 회원권 분양도 없다. ‘시설을 보고 싶다’는 예약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안다즈는 시설의 규모를 감안해 100명에게만 회원 자격을 줄 예정이다. 호텔 관계자는 “큰돈을 회원권 등에 묵혀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젊은 소비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연회비만 받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안다즈처럼 고가 회원권을 없애고 연회비만 내면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고급 호텔이 늘고 있다.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에 좋을 뿐 아니라 과거처럼 비싼 연회비를 받아도 이를 굴릴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1% 사교 클럽이었던 피트니스센터

안다즈는 글로벌 호텔 체인 하얏트그룹의 최상위 브랜드다. ‘6성급’으로 불리는 파크하얏트와 동급이다. 이런 럭셔리 등급 호텔의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하려면 과거에는 거액이 필요했다. 골프 회원권처럼 분양을 받거나 보증금을 한꺼번에 예치해야 했다. 지금도 롯데호텔의 최상위 브랜드 시그니엘은 보증금이 1억3000만원에 달한다. 연회비도 300만원 이상 내야 한다.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도 1억원의 입회 보증금을 요구한다. 서울 남산의 반얀트리, 신라호텔 등은 과거에 회원권을 분양했다. 분양된 회원권을 구매하려면 최소 3000만원 이상 든다. 그래서 특급호텔 피트니스센터는 ‘상위 1% 사교클럽’으로 불렸다.

강남권 호텔들, 보증금 줄줄이 없애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안다즈처럼 회원권 분양을 아예 하지 않거나 입회 보증금을 받지 않는 호텔이 늘고 있다. 강남권 특급호텔 상당수가 이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 있는 JW메리어트 서울은 지난해 시설을 대대적으로 개선한 뒤 연 670만원에 피트니스센터 회원권을 판매했다. 회원권은 따로 분양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자 고객층이 다양해졌다. 전문직은 물론 자신에게 과감히 투자하는 젊은 직장인까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고 호텔 측은 전했다.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도 1년에 660만원만 내면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객실 및 식음 매장 할인, 무료 주차 등의 혜택도 준다.

인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또한 보증금 없이 연회비 440만원에 이용 가능하다. 동네 헬스장보다 ‘조금만’ 더 내면 이용할 수 있는 고급 호텔 피트니스센터도 등장했다.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 스퀘어서울은 연회비가 350만원이다. 한 달에 30만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5성급 호텔 시설을 1년간 이용할 수 있다.

1억원의 입회 보증금을 받는 포시즌스는 회원 옵션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연 700만원의 회원권을 별도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광화문의 젊은 직장인이 몰리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보증금 없어도 혜택은 그대로

보증금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혜택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기존대로 발레파킹을 무료로 해주고 호텔 내 레스토랑 이용 시 할인도 해준다. 이 때문에 압구정역에 붙어 있는 안다즈는 “강남에 1년간 주차만 공짜로 해도 이득”이란 평도 들었다.

호텔들이 회원권 분양을 하지 않고 입회 보증금을 없앤 이유는 우선 수익성 때문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은행 예금 금리가 연 1%대 수준인데, 어차피 내줘야 하는 보증금이나 회원권을 비싸게 팔기보다는 연회비를 많이 받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문턱을 낮춰 젊은 소비자들이 오면 그것 자체가 호텔 수요층을 확대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다른 호텔 관계자는 “과거 호텔 피트니스센터는 상류층을 위한 사교장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연회비로만 운영하면서 중장년 중심이었던 피트니스센터가 훨씬 젊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호텔에서는 기존 회원들과의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 회원들은 연회비 중심으로 운영 시스템을 바꾼 뒤 “사람이 너무 늘었다”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JW메리어트 서울 관계자는 “기존 회원들의 정서를 감안해 인원수를 제한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