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위해 농산물 미국에 양보한 일본

입력 2019-10-08 11:06
수정 2019-12-25 00:02

미국과 일본 정부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일 무역협정에 정식 서명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뉴욕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새 무역협정안이 타결된 것이다.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서명식에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기야먀 신스케 주미 일본 대사가 협정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무역협정에 대해 “미일 양국에 모두 큰 성공”이라며 “수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대폭 줄여 경제 성장에 좋은 기회를 가져올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이 합의안은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미국에 점진적·포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맹국 수준으로 미국산 농산물의 관세를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72억달러(약 8조6148억원)규모 미국산 농산물이 낮은 관세로 일본시장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38.5%에 이르는 미국산 쇠고기 관세율은 2033년까지 9%로 단계적으로 낮춘다. 돼지고기는 저가 제품의 경우 1㎏당 최대 482엔이었던 관세를 2027년까지 50엔으로 낮추기로 했다. 밀과 치즈, 옥수수, 와인 등에 대한 관세도 인하되거나 철폐된다. 미국산 쌀은 7만t까지 무관세 조치키로 했다.

대신 일본은 일본산 자동차 및 관련 부품의 관세 철폐 문제 등을 계속 협의한다는 내용을 협정 문안에 포함했다. 일본산 쇠고기의 저관세 수출 쿼터도 확보했다.

하지만 일본이 미국에 농산물 시장은 개방한 반면 일본산 자동차 관세인하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함에 따라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은 의회 승인을 얻지 않고 대통령 권한으로 발효시키는 특례조치를 이 협정에 적용키로 했다. 일본 정부는 연내 임시국회 비준을 얻어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시킨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