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삼성전자, D램 회복에 영업익 7.7조 '깜짝실적'…"日수출규제 우려 극복"

입력 2019-10-08 09:10
수정 2019-10-08 09:12

삼성전자가 D램 등 반도체 수요 회복과 갤럭시노트10를 비롯한 스마트폰 판매 호조 영향에 증권사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깜짝실적'을 거뒀다. 특히 관심이 모아졌던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한 영향은 크게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성을 우려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메모리 선점에 나서면서 도리어 일본 규제 조치가 반도체 수요를 회복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7~9월)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7조7000억원의 잠정 실적(연결기준)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영업익은 삼성전자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전년 동기(17조5700억원) 대비 56.1% 줄었지만,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예상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익 전망치 평균(7조1085억원)에 비해선 8.3% 높은 실적이다. 지난 2분기에 비해서도 16.7%나 늘었다.

고무적인 것은 작년 반도체 호황 이후 올 1분기 수직낙하했던 실적이 3분기 연속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작년 4분기 10조8000억원으로 10조원대 영업이익을 지켜냈던 삼성전자는 올 1분기 6조2300억원, 2분기 6조6600억원, 3분기 7조7000억원(잠정)으로 다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은 62조원으로 작년 3분기(65조4600억원) 이후 다시 60조원대로 뛰어올랐다.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도 5조8700억원 증가했다.

이날 잠정 실적 발표에선 사업 부문별 성적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실적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세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 3분기 반도체 영업익이 지난 2분기(3조4000억원)보다 높은 유사한 3조5000억~3조9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은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좋았다"며 "수요 강세로 재고 출하량이 예상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재고가 출하되는 수준은 양호하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말 기준 D램과 낸드의 출하성장(Bit growth·메모리 용량을 1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생산량 증가율)은 각각 28%와 20%로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출하성장이 높다는 건 보유하던 재고가 그만큼 빠르게 빠지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7조57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작년 3분기 D램 출하성장은 19% 수준이었다.

출하성장이 높은 건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메모리 가격이 급등할 것을 우려한 글로벌 IT 기업들이 반도체를 선점하려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초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로 메모리 생산에 차질을 빚어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에 직격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제 성적표는 달랐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4일부터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통관을 까다롭게 하는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일본 정부가 이 조치를 시행할 당시 삼성전자는 에칭가스의 경우 한 달, 포토레지스트는 두 달 정도의 재고가 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칭가스는 반도체 웨이퍼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식각과 세정 역할을, 포토레지스트는 웨이퍼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 공정에 쓰이는 기능을 하는 소재로 반도체 공정에서 필수 요소로 꼽힌다.

실제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최대 메모리 생산기업 중 한 곳인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미·중 무역분쟁에 일본 수출 규제까지 덮치자 아예 D램과 낸드플래시에 대한 감산 조치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정부의 제재에 대응해)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일본을 방문해 금융계 및 재계 인사들을 접촉한 후 소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실제 메모리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메모리 가격이 크게 낮아져 재고가 많았던 데다, 불화수소 등 일본이 규제 조치한 소재를 예상보다 많은 2~3개월치를 확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도 소재 수입 다변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어 메모리 생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일본의 소재 수출 제재가 오히려 삼성전자의 메모리 가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일본의 제재가 계속될 경우 메모리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해 고객사들의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무선통신(IM) 사업에선 지난 2분기(1조5600억원)보다 많은 2조~2조2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됐다.

갤럭시A, 갤럭시M 등 중저가 모델들이 인도 등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데다 지난 8월 발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의 이원화 전략(노트10, 노트10플러스)이 시장에 통하면서 스마트폰 사업부의 수익성을 끌어 올렸을 것으로 분석됐다.

KB증권에 따르면 갤럭시노트10은 5G(5세대 이동통신)와 두 가지 모델 출시 효과에 힘입어 전작인 갤럭시노트9보다 약 100만대 많은 글로벌 1050만대 출하가 예상된다.

반도체와 함께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문을 구성하는 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액정표시장치(LCD)의 4000억원대 적자 추산에도 불구하고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11 출시에 따른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혜로 9000억~1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산됐다.

디스플레이 사업에 전환점을 맞고 있는 삼성전자는 현재 충남 탕정에 있는 8세대 LCD 생산라인 4개 중 하나를 가동 중단한 상태다. 중국 업체들의 LCD 저가 공세로 더이상 LCD 사업에서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삼성전자는 오는 10일 대형 OLED로 예상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모바일용 OLED만 생산한다.

마땅한 모멘텀(성장동력)이 없었던 소비자가전(CE) 사업부문은 직전 분기와 유사한 7000억원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생활가전은 비수기에 접어들었지만 삼성전자의 주력인 Q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가 확대된 영향이다.

이와 함께 원화 대비 달러화 강세에 따른 우호적 환율 환경도 이번 깜짝실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