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도 부산商議 회장 "中企가 주축인 부산 제조업…주52시간제 탄력 운영 절실"

입력 2019-10-07 17:26
수정 2019-10-08 03:02
지역 경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무역갈등과 기업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각종 규제가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기업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기업인들은 탄식한다. 한국경제신문은 지역 경제를 이끄는 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지역 경제 재도약 방안을 들어봤다.


허용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7일 부산상의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부산 경제가 지난 2~3년 동안 허덕이고 있다”며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주 52시간 근로제 탄력 운영 등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인의 사기를 북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부산 경제는 그동안 조선업과 자동차·기계산업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했지만 수출과 공장가동률이 하락하는 등 2017년 이후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중소기업까지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면 제조업 경쟁력은 더 추락할 것”이라며 “기업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해 다 죽는다는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해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요청했다.

부산 주력 산업인 제조업은 소수의 대기업이 이끌어가는 구조가 아니라 출하액 기준으로 전체의 70% 이상인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주축이 돼 지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부터 부산 경제에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허 회장은 “부산의 최대 현안은 20년 넘게 부산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문 공항 이슈가 다른 경제 현안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며 “안전하고 24시간 가동하는 가덕도 국제공항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정부가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부산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복합리조트를 꼽았다. 허 회장은 “서비스 분야에서 관광과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산업을 육성해 안착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며 “북항에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고 ‘2030 부산월드엑스포’를 개최해 생산유발 49조원, 취업유발 54만 명의 파급효과를 올려 새로운 부산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2025년 오사카월드엑스포에 맞춰 법을 개정해 제한적으로 내국인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고 있는데 한국이라고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외국 대형투자자들이 북항 복합리조트 설립 투자를 제안해온 만큼 과감히 제도와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부산이 해양 파생특화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금융공공기관이 이전해오고 인프라가 구축됐다”며 “앞으로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대형 국책은행을 끌어오고 블록체인과 핀테크 등 4차 산업을 육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래 항공 수요 확대에 대비한 항공부품산업과 전기자동차, LNG선박 등 친환경산업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지난 9월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해 벤치마킹한 새로운 제조업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제조업 기반을 구축하고 항공부품·원전해체산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술력을 연마하기로 했다. 또 경남·울산 지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점을 살려 사용이 끝난 제품 또는 부품을 체계적으로 회수해 분해, 세척, 검사, 수리, 조립의 다섯 단계를 거쳐 신제품과 동일한 성능을 갖도록 다시 상품화하는 재제조산업이 자리잡도록 할 계획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