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04일 09:29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10월04일(09:2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서 처음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온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전이 내달 초로 예정된 본입찰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본입찰에서 가격을 써 내야 할 예비 후보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인수합병(M&A) 성공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 기업 가치평가 단계에서 진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어서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는 지난달 17일 시작됐다. 벌써 2주가 지났다. 실사는 아시아나항공이 가상의 데이터룸(VDR)에 자료를 올리면 인수 후보들이 열람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항공사의 이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기초 자료들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게 후보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은 노선별 이익에 관한 자료다. 아시아나항공은 어떤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는 자료는 제공했지만 어느 노선이 돈이 되고 어느 노선은 되지 않는지 등에 관해 판단할 수 있는 이익에 관한 자료는 보여주는 것을 거절했다. 한 인수 후보 관계자는 “수익이 나는 노선은 남기고 아닌 것은 가급적 정리하는 등 군살을 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M&A를 시도할 텐데, 지금 이대로는 판단을 할 수 없고 막연한 추정치만으로 기업가치 상승 여부를 가늠해야 한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또 그동안 체결해 놓은 항공기 리스계약 등에 관해서도 자료를 거의 주지 않고 있다. 동일 기종이 여러 대가 있으면 그 중 하나의 계약서만 샘플 형식으로 보여줬는데, 그마저도 주요 수치와 계약 상대방, 핵심적인 계약 내용 등을 새까맣게 처리해서 해당 계약이 제대로 체결된 것인지 아니면 잠재 리스크가 있는지 등을 알 수가 없다는 전언이다. 다른 인수 후보 관계자는 “항공사 리스 전문가가 분석을 해보려 했지만 이 상태에서는 도대체 무슨 계약인지 알 수가 없다며 두손을 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내식 등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계약들은 아예 ‘깜깜이’ 상태다. 인수 후보자들은 공시자료를 인쇄해서 다시 뒤져보면서 조금씩 퍼즐을 맞춰 나가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볼 게 하나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인수 후보들은 이와 관련해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와 금호산업, 매각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 등에 항의하기도 했으나 아무 소득이 없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후보 측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내놓은 박 전 회장 쪽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문제는 산은”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1조원이 넘는 데다 리스크 요인도 대단히 많은 이런 거래를 진행하면서 자료를 이것만 주고 가격을 써내라고 한다면, 겉으로는 연내 매각을 강조하던 산은이 실제론 안 팔려도 상관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원활한 실사 진행을 위해 인수 후보자들의 문의에 성실히 답변하고 있다”며 “미주 유럽 동남아 중국 일본 대양주로 구분되는 대노선별 수익성에 관한 자료는 이미 제공하고 있으며, 더 상세한 자료는 대외비에 속한다”고 밝혔다. 또 리스 계약을 공개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비밀유지조항이 체결되어 있어 관련 업체와 사전 협의가 필요해 즉답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으나 그 외 실사에 필요한 자료는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