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저가 LG화학…배터리가 '구원투수' 될까

입력 2019-10-06 18:07
수정 2019-10-07 02:30
화학업종 ‘대장주’인 LG화학이 기관 매도세에 휘청이며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미·중 무역 분쟁 등의 영향으로 화학 업황이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그간 회사가 집중 투자해 온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의 실적 개선이 더뎌지고 있어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올 4분기 배터리 부문의 성과가 주가 흐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총 ‘3위→8위’ 추락

LG화학은 지난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00원(0.17%) 떨어진 29만6000원에 마감했다. 전날(2.63% 하락)에 이어 연중 최저가(종가 기준)를 다시 경신했다.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강화되면서 낙폭이 커지고 있다. 기관은 지난달 이후 2226억원어치 LG화학 주식을 순매도(유가증권시장 2위)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유가증권시장 3위(삼성전자 우선주 제외)까지 커졌던 시가총액은 현재 8위(20조8953억원)로 내려앉았다. 같은 LG그룹 계열사인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19조8351억원·9위)과 격차도 크게 좁혀졌다.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스티렌(PS) 등 주요 화학제품 업황 부진이 계속돼 올해 LG화학 실적이 나쁠 것이란 우려가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LG화학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조3906억원으로 3개월 전에 비해 21.6% 감소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ABS는 5월 중순 이후 업황이 급랭했고 고흡수성 수지(SAP)는 원료 가격이 오르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익성이 악화돼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기대가 큰 배터리 부문 실적 개선이 더딘 점도 원인이다. LG화학 측은 지난 2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폴란드 배터리 공장 신규 라인의 수율 안정화가 지연돼 1200억원의 비용 손실이 있었다”고 밝혔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 물량이 증가해 유럽 공장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있지만 숙련된 인적 자원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올 3분기에도 배터리 부문은 적자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강원 평창군 풍력발전소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실에서 불이 나 일대 풍력발전 운영이 중지된 점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2건의 ESS 화재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회사의 ESS 매출도 기대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사업 성과가 관건

증권사들은 대부분 LG화학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유안타증권(목표주가 60만원→50만원), IBK투자증권(50만원→40만원), 대신증권(44만원→39만원)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주가 눈높이를 낮췄다.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낮은 38만원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올 4분기 이후 주가는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 성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이 목표주가를 38만원까지 낮춘 것도 유럽 배터리 공장 수율 개선 시기가 내년 초까지 연기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4분기부터 유럽 배터리 공장 수율 회복 시점을 확인하며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안타증권은 4분기 배터리 사업이 폴란드 공장 수율 회복으로 1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 전기차 모델에 대한 배터리 납품이 지난달부터 본격화되고 있다”며 “내년 LG화학의 중대형 배터리 생산 능력은 110GW 수준으로 파나소닉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DB금융투자 등 일부 증권사는 “이미 주가에 악재가 모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급락한 주가는 수율 개선 수준을 확인할 때까지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점진적인 비중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