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랏돈을 풀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재정 확대 정책을 두고 경제학 석학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재정 확대에 동의하는 학자도 “복지 분야보다 연구개발(R&D) 등 미래 먹거리를 키우는 데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신문이 6일 다산경제학상 수상자 11명을 대상으로 ‘정부 재정 지출을 어느 정도로 조절해야 한다고 보느냐’고 묻자 ‘대폭 확대해야 한다’(1명) 또는 ‘확대해야 한다’(4명)고 답한 사람이 5명이었다. 3명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분야별 지출을 조정해야 한다’, 3명은 ‘축소해야 한다’(2명) 혹은 ‘대폭 축소해야 한다’(1명)고 답했다.
유일하게 ‘재정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답한 김선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돈을 더 풀어야 하지만 방법이 문제”라며 “지금처럼 노인 일자리 등에 재정을 늘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한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R&D 지출 등 성장을 일으키는 방향에 돈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보다 9.3% 증액된 내년 예산안 513조5000억원 가운데 보건·복지·노동 분야는 181조6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0조6000억원 늘었다. 총지출 증가액(43조9000억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R&D 예산은 24조1000억원으로 3조6000억원 증가했다.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특임교수는 “생산활동을 자극할 수 있는 부문으로 지출을 늘려야 하는데 정부는 복지와 이전소득 쪽으로만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청년 수당과 공공일자리 등에 쓰이는 지출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생산능력 확충에 돈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지홍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인프라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지출을 확대할 때 사업성, 효과 분석 등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오히려 적극적인 감세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출 확대가 아니어서 재정 건전성만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일하게 ‘재정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한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경제가 안 좋은 것은 구조적, 제도적 문제”라며 “지출을 늘려도 효과가 작고 빚만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