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 인터파크 회장 "누구나 과학 즐기는 '과학 대중화' 이뤄야죠"

입력 2019-10-06 17:05
수정 2019-10-07 03:23
“처음 카오스재단을 설립할 때 과학을 좋아하는 팬 10만 명을 모으자는 ‘10만 양병설’을 주창했는데 내년께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5년은 50만 명 이상의 팬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기형 인터파크홀딩스 회장(56·사진)은 다음달 출범 5주년을 맞는 카오스재단의 새로운 목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카오스재단은 이 회장이 2014년 11월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공익과학재단이다. 과학 관련 강연, 지식콘서트 등을 통해 기초과학을 전파하고 과학문화를 확산하는 사업을 펼친다. 카오스(KAOS: Knowledge Awakening On Stage)는 ‘무대 위에서 깨어난 지식’을 의미한다.

그동안 이 회장은 카오스재단을 통해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그는 서울대 천문학부에 입학해 천문학과 물리학을 배웠다. 한때 과학자의 꿈을 꾸기도 했지만 1996년 인터파크를 창업하며 본격적인 기업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과학이 대중에게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을 꾸준히 모색하면 과학도 충분히 대중이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강연과 콘서트를 통해 인문학 열풍처럼 과학 열풍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카오스재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중의 반응도 뜨겁다. 카오스재단의 각종 강연은 오프라인 누적 청중 수 3만여 명, 온라인 영상 조회 수 420만여 회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회장은 “카오스재단은 처음부터 ‘일반인을 위한 과학’ ‘교양으로서의 과학’을 추구했다”며 “오세정 서울대 총장, 김성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등 최고 석학들이 카오스재단의 과학위원회를 이끌어준 것도 인기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기초과학이 처한 위기를 돌파하는 해법도 제시했다. “한국은 전국 의대를 다 채우고 나서야 자연대나 공대의 정원이 들어오는 슬픈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과학자의 사명감과 자부심만으로는 버틸 수 없죠. 훌륭한 인재를 끌어들이려면 이들의 노력과 열정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나아가 과학의 재미를 쉽게 대중에게 알려주면서 과학자와 과학에 대한 팬덤(fandom·열성팬)을 조성해야 합니다.”

카오스재단이 이번 가을에 준비한 강연 주제는 ‘도대체(都大體)’다. “도대체 과학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통해 에너지, 인공지능, 성, 노화 등 다양한 주제를 10주간 다룰 예정이다. 이 회장은 “지난 5년간 카오스재단의 노력과 접근방식에 대해 같이 공감하고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누구나 과학을 향유하는 사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뿌리를 내리는 사회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