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시행한다. 시위 격화 조짐에 우려가 흘러 나온다.
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은 4일 특별행정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어 5일 0시부터 복면금지법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복면금지법은 공공 집회나 시위 때 마스크, 가면 등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으로 어기면 최고 1년 징역형 또는 2만5000 홍콩달러(약 380만 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복면금지법에는 공공 집회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조항 외에도 집회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에게 이를 벗을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에 불응하면 체포돼 최고 6개월 징역형에 처한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넉 달 동안 400여 번의 시위가 있었고, 300명 가까운 경찰을 포함한 1천여 명의 부상자가 있었다"면서 "폭력이 고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관련 법규를 검토했다. 오늘 행정회의에서 복면금지법 시행을 결정했으며 5일 0시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복면금지법으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복면금지법 시행 소식에 이날 오후 홍콩 시내 곳곳에서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복면금지법 반대한다", "홍콩과 함께 자유를 위해 싸우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은 비상 상황에서 의회인 입법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다. 긴급법은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에게 체포, 구금, 추방, 재산 압류, 교통 통제 등의 막강한 권한을 주는 것으로 사실상 계엄령에 준한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는 17주째로 접어 들었다. 홍콩 정부와 시위대의 충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홍콩 경찰이 집회에 참가한 고교생을 겨냥해 실탄을 격발해 논란이 일었으며, 집회를 취재하던 인도네시아인 여성 기자가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하는 치명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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