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 경제가 입는 타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시아 금융허브를 놓고 경쟁하는 싱가포르로 자금이 이탈하고 있고, 홍콩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적인 행사가 잇달아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홍콩 정부가 ‘긴급법’을 발동해 5일부터 복면금지법을 시행하기로 하자 야당과 시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시위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난 8월 약 30억~40억달러의 자금이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했다. 홍콩 금융관리국에 따르면 8월 홍콩 금융권에 예치된 자금은 전달보다 1.6% 줄었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 은행권의 외화예금은 전달 대비 14% 증가했다. 비은행권 외화예금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한 128억싱가포르달러(약 11조800억원)를 기록했다.
홍콩관광청은 반정부 시위로 참가자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오는 13일 열기로 했던 ‘사이클로톤’과 31일부터 나흘간 진행할 예정이던 ‘와인&다인 페스티벌’을 취소했다. 와인&다인 페스티벌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축제 중 하나로 올해 행사엔 14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내각 격인 행정회의를 소집해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 발동을 결의하고 5일부터 복면금지법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 법에는 공공 집회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고 집회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경찰관이 공공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에게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를 어기면 최고 1년의 징역형이나 2만5000홍콩달러(약 380만원) 벌금형을 받게 된다.
야당은 “복면금지법은 홍콩을 전체주의 사회로 끌어내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시위대의 분노를 키워 시위에 기름을 끼얹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은 “긴급법 발동은 ‘종말 게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긴장을 촉발하고 법치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