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638명, 부모 수업 듣고 학점 받았다…대학판 숙명여고 우려

입력 2019-10-04 11:12
수정 2019-10-04 11:14

최근 5년간 자신의 부모가 교수로 재직 중인 대학에 다닌 학생이 3천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부모의 강의를 들은 학생은 638명에 달했다.

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8 교수-자녀 간 수강 및 성적부여 등 학사 운영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84개 대학의 88.6%인 163개 대학에서 총 638명의 학생이 부모 교수의 수업을 들었다.

교수 583명은 자녀 599명(2명 이상 포함)과 같은 학과에 소속돼 있었으며, 그 중 부모의 수업을 들은 학생은 599명 중 376명(62.8%)였다. 1과목만 수강한 학생이 120명, 2~7과목 222명, 8~9과목 26명, 11과목 이상 들은 학생이 8명이었다. 강의를 듣지 않은 학생은 221명이었다.

다른 학과 소속인데도 부모 교수의 수업을 들은 학생도 많았다. 교수 2347명의 자녀 총 2494명 중 262명(10.5%)이 교수 부모의 수업을 들었다. 1과목을 들은 학생이 147명, 2~7과목 110명, 8~10과목 3명, 11과목 이상 2명이었다. 수강하지 않은 학생은 2017명이었다.

이와 관련해 총 5개 학교에서 13건의 부정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는데 조치가 진행 중인 3건을 제외한 나머지 10건에 대해서는 모두 주의, 경고와 가벼운 수준의 처분이 내려졌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서울과학기술대 교직원의 자녀 수강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자 각 대학에 '교수-자녀간 강의 수강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대학의 권고안 이행 여부를 확인한 결과 상당 수 학교가 관련 권고안을 미이행했거나 여전히 이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강생이 자녀일 경우 미리 신고하도록 하는 '사전신고제'를 도입한 대학은 103곳으로 전체의 55.1%에 불과했다. 위반교원에 대한 제재조치 규정을 마련한 대학은 83곳으로 44.4% 수준이었다.

박경미 의원은 "교수가 시험출제, 성적평가 등의 전권을 가진 상황에서 자녀가 부모의 수업을 듣고, 부모가 자녀의 성적을 평가하는 것은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교육부의 정기적인 실태 조사와 대학의 관련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