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원서접수 결과가 발표됐을 때, 연세대 논술전형의 경쟁률이 어느 정도일지 관심을 보인 사람이 많았을 것입니다. 올초부터 2020학년도 논술전형의 큰 변화로 수능최저학력 기준을 폐지, 논술 100%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연세대 논술이 꼽히며 경쟁률이 엄청날 것이라고 예고됐기 때문입니다. 천하제일 논술대회, 논술10만양병설까지…. 연세대 논술을 언급할 때마다 빠지지 않던 말이었습니다.
수능최저학력 기준 없앴지만 예상보다 경쟁률 크게 낮아
그러나 44.38 대 1인 실제 원서접수 현황을 보면 그런 예측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최저학력 기준이 상당히 높았던 편인 작년(57.05 대 1)보다도 경쟁률이 크게 낮아진 상황입니다. 607명 선발에 2만7000명 정도가 지원한 셈입니다. 물론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는 경우가 없다는 점에서 지원 경쟁률이 곧 실질 경쟁률이므로 작년과 동일하게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예상보다 낮은 경쟁률은 분명 지원자들에게 유리한 상황입니다. 연세대는 입시설명회에서 최저학력 기준 폐지 및 논술 100% 반영으로 논술의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고, 높은 경쟁률은 합격점수를 높여 논술을 잘하는 학생이 뽑히는 진정한 논술전형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논술10만양병설까지 나돌며 연세대에 논술로 합격하는 것은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된 것입니다. 거기에 논술시험에도 변화를 예고하며 영어 제시문과 수리적 사고능력을 평가하는 문항을 추가한 ‘2020학년도 논술모의고사’를 실시하면서 수험생의 부담이 고조된 것 같습니다. 또한 수능 전 논술시험을 보며 수능 준비에 집중할 수 없게 한다는 점도 작용했으리라 보입니다. 연세대 논술은 오는 12일(자연계열)과 13일(인문계열) 이틀에 걸쳐 치러집니다.
기출문제와 논술자료집 최대한 활용해야
어찌됐든 간에 연세대에 지원한 수험생들은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논술시험을 잘 마무리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논술전형 합격생들의 수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공부했으며, 논술자료집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이 기본을 지키지 않습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연해 하지 말고 입학처 홈페이지에 공지돼 있는 논술 관련 자료들부터 면밀히 살펴보기 바랍니다.
최근 발표된 연세대 모의논술문제는 물론 지금까지의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학습하는 것은 수험생의 기본 중 기본입니다. 연세대 논술은 ‘다면사고형’ 논술로 그동안 비교분석 및 자료해석, 의미분석, 비판 및 평가에 주목했습니다. 올해는 공식적인 패턴의 변화를 예고하며 2020학년도 모의논술고사를 발표했지만 이전에도 연세대 논술문제는 다양하게 출제돼 온 게 사실입니다. 3자 비교, 자료해석이나 주장이나 개념에 대한 의미분석 및 비판 등 최근 3~5년치 기출문제만 보더라도 논제가 고정돼 있지 않았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항 구성이 1-1, 1-2, 2-1, 2-2로 기존과는 달라진 듯하나 이 역시 예전에도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 유형이 달라진 것으로 보기 어렵고 기존 문제가 더 구체화됐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문제 1]은 제시문을 비교분석하고, 특정 제시문을 이용해 제시된 <보기> 상황에 적용, 평가하는 문제입니다. 비교분석의 기본은 바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바탕으로 제시문의 핵심 논지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연세대의 경우 비교 대상이 둘보다는 셋일 때가 많은데, 이런 3자 비교에서는 분류를 선행한 후 각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면밀하게 분석, 정리하는 게 핵심입니다. 제시문을 평면적으로 읽어서는 안 되며 다면적, 심층적으로 읽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또한 구체적인 상황에 이를 적용할 때 각 제시문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긍정하거나 비판하면 됩니다.
[문제 2]는 자료를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의 관점을 평가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료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제시문과 연관지을 때 학생의 지적 역량을 과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모의논술에서는 추론형 문제와 여러 가지 도표로 제시문의 주장을 평가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 역시 예전에도 등장한 적이 있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고정된 형태로 문제를 익히는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다양한 패턴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문제 상황에 따라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설득력 있는 내용으로 작성하는 데 주목해야 합니다. 연세대 논술은 ‘다면사고형 논술’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각각의 상황에 단순 대입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정리하자면, 모의논술고사도 기존 기출문제와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출문제를 이용한 학습이 여전히 유효하므로 남은 기간 최대한 많은 문제를 작성해보기 바랍니다. 굳이 예전 문제와 비교하자면 논제의 요구가 상세해졌고 분량이 문제당 200자씩 총 400자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현격히 모자라지 않는다면 분량에 대해 별도의 감점을 하지 않는다’는 연세대의 채점 기준에 의해 장애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문제의 요구가 더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이를 충족시키는 사고과정이 길어졌고 그에 따라 답안 작성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며칠 동안 가장 주목해서 해야 할 일은 어쩌면 ‘제한된 시간 안에 모든 문항을 골고루 잘 작성하는 연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