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성 촬영감독이 봉준호 감독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했다.
정일성 촬영감독은 4일 부산시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진행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 주인공 발탁 기자회견에서 눈여겨 보고 있는 후배로 봉준호 감독을 꼽으며 "한국영화 100년에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봉준호 감독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더욱이 올해엔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만큼 더욱 의미가 컸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정일성 촬영감독은 한국영화의 거성으로 꼽힌다. 정일성 촬영감독은 이날 간담회에서 "눈여겨보는 후배가 있냐"는 질문에 봉준호 감독의 수상을 축하하면서도"제가 직접 이름을 거론하면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왕따당한다"고 농을 쳐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요즘 좋은 영화가 계속 나오는 건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응원했다.
하지만 디지털로 격변하는 영화 환경에서 필름이 무시되는 상황에는 우려를 표현했다. 정일성 촬영감독은 "요즘은 필름을 보지 않는 사람이 디지털로 촬영한다고 하더라. 영화를 배우는 학생들도 필름도 건너뛰고 디지털로 간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필름을 하는 사람들이 골동품 취급 당하기도 한다"며 "디지털을 하더라도 아날로그 과정을 완벽하게 이수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정일성 촬영감독의 대표작 '화녀', '사람의 아들', '최후의 증인', '만다라', '만추', '황진이', '본 투 킬' 등 7편을 한국영화회고전으로 선정했다. 한국영화를 대변해 온 동시대의 대표 감독들과 수없이 많은 작업을 해오며 한국영화의 촬영 미학을 이끄는 선구자 역할을 해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
정일성 촬영감독은 한국영화의 역사를 일궈온 장인이자 자신만의 독특한 촬영 세계를 구축한 촬영의 대가다. 1957년,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조긍하 감독의 '가거라 슬픔이여'(1957)를 통해 촬영감독으로 입문했다.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에서는 그만의 파격적인 앵글과 색채 미학을 선보이며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구축했으며,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1980)에서는 사계절을 담기 위해 1년 이상 촬영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신궁'(1979)으로 임권택 감독과 처음 조우한 그는 '만다라'(1981)로 정일성 미학의 정점을 찍게 된다. 당시 한국영화에선 만나기 힘든 미장센과 시퀀스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한 첫 한국영화라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후 '서편제'(1993), '취화선'(2002) 등 임권택 감독 대부분의 작품에서 카메라를 잡으며 오랫동안 명콤비로 활약했다.
한편 정일성 감독 회고전은 오는 12일까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선보여진다.
부산=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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