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회, 동원 잘 돼 당황·정신 똑바로 차리자" vs "보수가 아닌 국민이다"

입력 2019-10-04 10:09
수정 2019-10-04 10:11


"생각보다 많이 모으긴 했다. 약간 당황스러울 정도다. 동원력은 인정한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이 아직 안 죽었으니 다음 총선에서 우리가 얼마나 단결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새삼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쉽게 이기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도 있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보수 집회가 아니다. 박근혜 탄핵 때는 진보단체만 촛불집회했나. 일당 받고 나왔다고?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현 정권에 분노하고 조국 임명에 반대해서 자발적으로 나왔다."

광화문 일대에서 3일 열린 '문재인 비판,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와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보인 국민들의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예상 외로 많은 인파가 모인 광화문 집회에 대해 "서초동은 자발적인 집회인데 반해 어제 열린 광화문 집회는 종교단체, 우리공화당, 자유한국당이 동원한 폭력적 집회였다"라며 가치를 폄하했다.

우원식 의원은 4일 JTBC 뉴스에 출연해 "광화문 집회는 국민 선동의 장이었다. 한국당이 공문을 보내서 총동원한 것이다"라며 "나라 걱정하는 집회였다면 공문을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 또한 "광화문 집회는 한국당 중심의 범보수 세력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었을 뿐이다"라며 "한국당이 전국적 총동원령을 내려 만든 집회, 우리공화당의 태극기 집회, 수구적 종교정치 세력의 창당준비집회가 뒤섞여 정체성과 주의 주장에 혼돈만이 가득했다. 서초동 촛불집회와의 본질적 차이는 바로 이 지점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서초동 집회 당시에는 '200만 명이 참여했다, '검찰 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다'라고 했던 민주당 측은 광화문 집회에 대해서는 "군중의 많고 적음은 본질이 아니다'라며 "한국당 지도부가 각지에서 올라온 사람들에게 무책임한 정치 선동을 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광화문 집회에서 "까도 까도 양파가 장관 자격이 있나. 반드시 끌어내려야 한다"면서 "저런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게 제정신인가. 저런 대통령이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 국정을 파탄내고 있다. 조국에게 몰리는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것 아닌가"라며 "조국이 국정과 바꿀 수 있는 사람인가"라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의 수로 서로의 세력 과시에 여념없는 여야정쟁 속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서초동 집회가) 200만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우리는 2000만 명 모였겠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토요일인 5일에는 또 다시 서울 서초동 검찰청 부근에서 검찰개혁과 조국 장관 수호를 외치는 촛불 집회가 열린다.

"문재인 당선 뒤에는 국민들이 반으로 나뉘어서 분열되고 사생결단을 내는 등 5년 내내 싸우게 될 것이다"라는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예언이 현실화 되자 한 국민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봐도 모두가 안다. 집회 참가자가 200만 명이든 300만 명이든 참석하지 않은 국민이 대다수다. 내란 선동? 우리가 지금 1980년대가 아닌 2019년에 살고 있는게 맞나"라고 비판했다.



2017년 2월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출연한 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국민들이 모여 ‘문재인 퇴진’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개혁도 국민들 손을 꼭 잡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속도를 늦추고 설득하는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 (하야 집회가 열리는 일)그런 일이 없겠지만 그래도 물러나라고 한다면 저는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겠다. 시민들 앞에 서서 끝장토론이라도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방송에서 문 대통령은 "촛불 민심을 대변할 수 있는 그런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충분한 대화 시간 가질 수 있다"고도 했지만 이번 광화문 집회에 대해 청와대는 어떤 입장도 내지 않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