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뿐 아니라 부동산시장에도 간접투자(펀드)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세상이 '제로 금리'를 넘어서 '마이너스 금리'까지 예고하자 은행이자보다 배당수익 쪽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도 공모형 부동산 리츠(REITs)에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한국형 금융자본주의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방향타를 틀어 쥔 것이다. 리츠 투자의 비밀을 엿본다 [편집자주]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 투자신탁회사(리츠·REITs)가 인기다. 정부가 분리과세를 적용하고 세율을 내리는 공모 리츠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
4일 리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리츠 수는 219개. 2012년 71개에서 6년새 3배 넘게 늘었다. 다만 국내 주식시장에는 상장된 리츠는 5개에 불과하다. 이리츠코크렙 모두투어리츠 케이탑리츠 에이리츠 신한알파리츠를 제외한 200개 넘는 리츠가 사실상 불투명하게 운용되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올해 말 3개의 신규 리츠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리츠, NH리츠, 이지스자산운용리츠. 롯데리츠는 롯데그룹의 호텔 물류 오피스 등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할 예정이다. 공모금액은 4000억원에 달한다. NH리츠는 서울스퀘어 삼성물산 서초사옥 강남N타워 잠실SDS타워 등을, 이지스리츠는 서울 태평로빌딩 신세계 제주조선호텔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이들의 공모금액은 각각 1180억원, 2350억원에 이른다.
◆ 리테일 vs 오피스 vs 호텔
리츠는 소액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관련 자본에 투자하고, 여기서 나오는 임대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을 말한다. 부동산 경기는 물론이고 내수 경기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분류된다.
리츠의 핵심은 어떤 부동산 매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느냐에 있다. 투자한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료가 수익이니, 투자한 부동산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백화점 마트 등 리테일에 투자하느냐, 사무공간인 오피스 또는 호텔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는 8일부터 청약을 진행하는 롯데리츠는 대표적인 리테일 리츠로 분류된다. 대표 유통업체인 롯데그룹의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기 때문이다. 롯데리츠는 강남 광주 구리 창원에 있는 롯데백화점과 의왕 장유 서청주 롯데마트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우수한 입지와 롯데라는 브랜드 파워가 가장 큰 장점이다.
NH리츠는 삼성물산 서초사옥 등 주로 오피스 건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전형적인 오피스 리츠다. 입지 좋은 대형 빌딩이나 대기업 사옥에 투자하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임차 안정성이 높아 경쟁사 대비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지스리츠는 오피스와 호텔 등에 투자하는 복합 리츠에 가깝다. 오피스에 대한 비중이 더 크지만 호텔 비중도 무시하지 못 할 수준이다. 신세계 제주조선호텔의 경우 자산가치만 2400억원에 달한다.
◆ 공실률 등 운영수익 안정성 따져봐야
리츠는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운영수익의 안정성을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알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내수 경기 침체로 인한 공실 리스크 등이 부각될 경우 운영수익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리테일 산업에 영향을 받는 롯데리츠의 경우 장기적으로 오프라인 유통 산업의 하향세로 인한 임대 수익률 악화가 일어날 수 있다. 기초자산인 백화점 마트 아울렛의 실적이 악화될 경우 해당 부동산에 투자한 리츠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단기 투자를 권하는 이유다.
오피스에 투자하는 NH리츠 역시 내수 경기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리테일과 차이가 있다면 임대차 계약 기간이 7년(리테일은 통산 2년 단위) 이상으로 길다는 장점이 있다. 계약 기간이 길다는 건 공실 또는 임대 수익률 하락에 대한 리스크가 적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호텔 비중이 큰 이지스리츠의 경우 운영수익의 변동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텔의 경우 사실상 객실 단가를 기초로 하는데 리테일, 오피스와 비교해 내수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제주조선호텔의 경우 과거 제주켄싱턴호텔로 운영되면서 수익의 안정성을 검증받았다. 그럼에도 이지스리츠가 서울 태평로 빌딩 등 오피스 빌딩에 집중하는 건 높은 안정성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신규 리츠들에 대해 당장은 5% 넘는 수익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츠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안정적인 배당 수익률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리츠는 투자자산에 대한 평가가 매일 이뤄지고, 주식시장을 통해 언제든 사고 팔 수 있는 만큼 폐쇄형 부동산 펀드 대비 환금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며 "롯데 NH 이지스리츠의 상장이 예정된 만큼 국내 상장 리츠 시장의 성장세가 가속화될 전망"이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