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단적 국론 분열…국민을 거리로 내모는 정치, 누구 책임인가

입력 2019-10-03 17:28
수정 2019-10-04 00:13
개천절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서 서울역에 이르는 12차선 대로가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 메워졌다. ‘장외 집회 사상 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리로 쏟아진 사람들의 주장은 ‘조국 사퇴’로 모아졌다. 닷새 전 ‘조국 수호, 정치 검찰 파면’을 외치는 시민들이 서초동 대검찰청 앞 도로를 점령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당시에도 많게는 10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인파가 대검찰청~교대역 9차선 반포대로를 발 디딜 틈 없이 채웠다.

법무부 장관의 진퇴에 대한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 시민들이 광장에 군집하는 ‘거리의 정치’는 극단적인 국론 분열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민이 자신을 대리하는 이를 뽑아 국회를 구성하고, 그들이 조정과 타협으로 국사를 결정하는 성숙한 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여야가 서로 상대방을 ‘적폐’와 ‘좌파 독재’로 규정하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는, ‘정치의 실종’이 국민을 거리로 내모는 이유일 것이다.

대규모 시위가 대통령과 여권이 노골적으로 ‘조국 퇴진 불가’를 선언한 직후에 벌어진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권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탄핵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수사검사를 고발하는 등 전례 없는 수사 개입에 나선 데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집회현장에서 ‘조국 사퇴’와 함께 ‘윤석열 수호’ 목소리가 높았던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광화문의 거대한 인파가 아니더라도 조 장관이 증거 인멸에 관여한 정황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차원에서라도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조건 조국을 지키는 모양새라면 “문제는 대통령”이라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다.

국민을 거리로 내모는 정치는 여야 모두의 잘못이지만, 국정을 주도하는 여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서초동에 10만 개의 촛불이 켜진다”는 식으로 시민을 선동할 게 아니라 진지한 자세로 야당과 마주앉고 국민들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