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호통에 지역 민원 요구…시작부터 '구태 국감'

입력 2019-10-03 17:41
수정 2019-10-04 01:36
올해 국정감사가 시작부터 구태를 재연했다. 국회의원들이 증인으로 나선 기업인을 호통치거나 무작정 기다리게 하고, 피감 기관에 지역구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도 눈에 띄었다.

지난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답변을 끊고 “변명하지 마세요. 답변만 해야지”라고 호통을 쳤다. 박 의원은 이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한 대표에게 실시간 검색 알고리즘 공개를 요구했다. 한 대표가 “구글도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답변하는 등 반박 발언을 이어가자 박 의원의 호통이 터졌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감을 위해) 나온 증인이나 참고인에게 언성을 높여 나무라고, 모욕을 줘도 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서는 오후 2시께부터 문동준 금호석유화학 사장, 임병연 롯데케미칼 부사장 등 9명의 기업인 증인과 참고인들이 국감장 옆 대기실에서 무작정 대기해야 했다. 이들 기업인은 이미 지난 4월 공개돼 지역사회 등에 수차례 사과한 여수산업단지 오염물질 배출량 조작 사건과 관련해 불려나왔다. 오후 5시30분께가 돼서야 시작된 기업인 대상 질의는 40여분 만에 끝났다. 기업인들은 이날 또다시 사과를 반복해야 했다. 환경부 국감에서는 같은 사안에 대해 오승민 LG화학 공장장, 김형준 한화케미칼 공장장 등 관련 기업 공장장들이 출석해 역시 사과했다.

무리한 기업인 증인 출석 요구가 의원 간에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국감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증인 출석과 관련해 “복지위 국감이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이유가 없다”며 “기업 총수를 증언대에 세우는 게 바람직한지 현실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이명수 한국당 의원 요구로 신 회장을 7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것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복지부 국감에서는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도 이어졌다. 충북 청주시 서원구를 지역구로 둔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박능후 복지부 장관을 향해 “충북대 의대 정원이 40여 명 수준인데 최소 150여 명은 돼야 한다”며 정원 확대를 요구했다. 또 지방 이전이 검토되고 있는 서울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과 관련해 “지리적으로 장점이 많은 오송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전라남도에는 의대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전남 지역 내 의대 신설 검토를 요구했다. 비례대표인 윤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전남 목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산업부 국감에서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를 지역구로 둔 윤한홍 한국당 의원이 “창원지역 경제의 핵심 축인 조선·자동차산업 침체로 도시 자체가 죽어간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을 요구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산업부 차원에서 여러 지원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임도원/구은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