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일 동해상으로 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한 발을 ‘북극성-3형’이라고 지칭하고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3일 공식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형의(새로운) 잠수함탄도탄 ‘북극성-3형’을 고각 발사 방식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전했다. 이어 “외부 세력의 위협을 억제하고 나라의 자위적 군사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한 중대한 성과”라고 주장했다.
이번 시험 발사 성공으로 북한이 소형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SLBM을 핵심으로 하는 핵무기 체계를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형 SLBM을 실어 나를 3000t급 대형 잠수함 건조도 눈앞에 두고 있어 향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위협적인 압박 카드가 될 전망이다.
3년여 만에 위력·사거리 비약 증가
‘북극성-3형’은 2016년 4월 처음 선보인 ‘북극형-1형’을 개량한 신형 SLBM이다. 3년여 만에 사거리를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등 전략 무기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중앙통신이 이날 공개한 발사 사진을 보면 3년 전 ‘북극성-1형’과 비교해 길이와 직경 모두 커졌다. 길이는 7m에서 10m, 직경은 1.1m에서 1.4m로 확장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군당국도 이번 미사일의 상승 고도(910여㎞)를 감안할 때 최대 사거리가 ‘북극성-1형’보다 1000㎞ 이상 늘어난 2500㎞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SLBM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콜드 론치’도 정교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콜드 론치는 수중에서 잠수함이 압축공기로 탄도미사일을 물 밖으로 밀어올린 뒤 엔진을 점화시키는 기술이다. 수중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탐지가 어렵고, 발사 지점을 은폐하기도 쉽다. 이를 과시하듯 중앙통신은 ‘북극성-3형’이 해수면을 뚫고 나오는 순간부터 엔진 점화 직전까지 연속 사진 3장을 공개했다.
“신형 SLBM 잠수함 탑재 시간문제”
SLBM 기술의 최종 단계는 잠수함 탑재다. 아무리 위력적인 SLBM 미사일을 개발했어도 이를 잠수함에 싣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발사 압력을 견디며 안정적으로 SLBM을 쏠 수 있는 잠수함 개발이 병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북한은 지난 7월 기존 신포급(2000t) 잠수함보다 규모가 커진 3000t급 신형 잠수함을 공개했지만, 아직 건조 단계까지 이르진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발사도 잠수함이 아니라 수중 발사대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미사일 발사 지점 옆에 선박이 떠 있는데, 이 선박이 수중발사대가 설치된 바지선을 끌고온 견인선으로 추정된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잠수함 발사 기술 단계까지 도달하고도 시험 발사 타이밍을 조절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장 지도 생략한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발사 현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중앙통신은 대신 김정은이 발사 성공 직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북극성-3형’이 기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장거리 대형 방사포 등과 다른 차원의 전략무기인 것을 감안할 때 김정은의 이런 행보는 이례적이다.
5일 열리는 미·북 간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대미(對美) 자극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에 대한 압박을 노골화하면서도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과의 협상 판을 깨지 않는 수준의 자극을 주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중앙통신이 이날 내놓은 보도 전문 역시 515자 분량으로, 기존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미국과 한국을 언급한 내용도 없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대화하길 원한다”며 “그들과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