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기업 90%가 영세…IP 투자·지원 늘리겠다"

입력 2019-10-03 17:21
수정 2019-10-04 00:22

한류 열풍에 힘입어 국내 콘텐츠 산업은 빠르게 성장해 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텐츠 산업의 매출은 전년 대비 5.2% 증가한 119조1000억원에 달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5.8%에 이른다. 그런데 10년 전이나 현재나 변치 않는 것이 있다. 국내 콘텐츠 기업의 90%가 매출 10억원, 직원 10인 미만의 영세 기업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17일 문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은 투자 사각지대를 해소해 영세한 콘텐츠 혁신 기업들을 육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책금융 확충과 실감 콘텐츠 육성, 신한류 연관산업 성장 견인을 통해 국내 콘텐츠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킨다는 방침이다. 콘텐츠산업 정책을 실행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김영준 원장은 서울 CKL기업지원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콘텐츠 산업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기업들이 한번 실패해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혁신전략의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 많은 기업이 콘텐츠 지식재산권(IP)만으로 투자·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집중 투자

그동안 콘텐츠기업에 대한 투자·지원은 대부분 ‘유통’ 단계에 집중됐다. 초기 기획 단계에선 소액 지원이 이뤄지는 정도였다. 콘텐츠기업들은 일반 기업과 동일한 물적·인적 담보를 요구하는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좀처럼 받기 어려웠다. 김 원장은 “가상현실(VR) 콘텐츠만 해도 민간 투자에 의존하다보니 맥이 끊기고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들 기업에 대한 융자를 지원하고 지분 투자도 받을 수 있도록 해 기업 자본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내년 ‘콘텐츠 모험투자펀드’를 신설한다. 이 펀드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영세 기업들이 기획 단계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리스크가 높더라도 펀드 운용사가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출자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콘텐츠 특화 기업보증’도 신설해 콘텐츠 IP만으로 대출 보증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이런 ‘정책금융 혁신’에 2022년까지 1조원이 추가 투자된다. 현재 문체부, 과기정통부, 금융위원회 등을 통해 콘텐츠 분야에 공급하는 정책금융은 총 1조7000억원 규모다.

콘텐츠진흥원은 이에 앞서 지난 6~7월 신용보증기금과 비슷한 보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신한류 해외진출기업 보증’ ‘콘텐츠 IP 보증’으로, 둘 다 IP만으로 금융권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프로그램들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김 원장은 “앞으로 IP만으로 보증받는 시스템이 확산되려면 담당 공무원 면책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담당 공무원이 보증 결과에 따라 평가를 받고 책임을 지다보니 아직 꺼리는 분위기가 많은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류 IP-소비 산업 연결 강화

김 원장은 콘텐츠산업 발전의 원동력인 한류 발전을 위해 소비재산업과 한류 IP를 효율적으로 결합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한류를 주도하는 것은 민간 영역”이라며 “정부 차원에선 훌륭한 한류 콘텐츠들을 뷰티, 푸드, 패션, 바이오 등 연관 산업과 연결해 해외에서 활발한 소비가 이뤄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통합정보플랫폼인 ‘콘텐츠 수출 허브’가 구축된다. 콘텐츠진흥원과 KOTRA 등에 분산돼 있던 수출 정보를 모으고, 해외 바이어들과 연결하는 창구도 일원화한다.

5G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실감 콘텐츠 개발도 강조했다. “광화문, 동대문 등 한국 대표 문화·관광 거점에서 여러 전통 문화를 포함한 실감 콘텐츠 거리를 조성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 공간만큼은 5G가 완벽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하고, VR 콘텐츠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거죠. 많은 사람이 실감 콘텐츠를 소비하게 될 겁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콘텐츠진흥원의 사업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김 원장은 “한류 확산과 함께 진흥원의 위상이 높아지고 관련 사업도 확대돼 왔지만 이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민간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을 대대적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