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 '임상 3상' 성공 발표에도…조심스러운 바이오업계

입력 2019-10-02 17:12
수정 2019-10-03 00:53
한국 바이오기업들이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유럽 종양학회 정기 학술대회(ESMO)에서 잇달아 희소식을 내놨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에이치엘비 등 국내 기업들은 개발 중이거나 판매 중인 항암제가 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최근 잇단 임상 실패로 위축된 바이오업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학회 기간에 관심이 쏠린 곳은 에이치엘비였다. 경구용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의 최종 결과를 내놨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임상 3상의 개략적인 결과 데이터를 공개했을 때는 투약군과 대조군 간 전체생존기간(OS)에 차이가 크지 않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에이치엘비는 이번 학회에서 최종 결과를 발표하면서 “종양의 완전한 소멸 사례, 부작용 측면에서 효율성과 안전성을 증명했기 때문에 임상 3상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리보세라닙 임상 결과 논문은 이번 학회에서 최고의 논문으로 선정될 만큼 호평받았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업계에서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치료 시작부터 사망에 이르는 전체생존기간(OS)에서 리보세라닙(5.78개월)이 론서프(5.70개월), 옵디보(5.26개월) 등 경쟁 약물을 앞섰다는 회사 측의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위약 투여군과 생존기간 격차는 리보세라닙이 0.65개월로 론서프(2.10개월) 옵디보(1.20개월)보다 오히려 짧게 나왔다는 것이다.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임상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해석해서 언론에 발표한 것 같다”고 했다. 이현정 삼양바이오팜USA 대표는 신약개발자 모임인 혁신신약살롱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려 “매 순간 청렴성과 직업윤리를 지속적으로 단련하고 지켜야 한다”고 경계했다.

에이치엘비는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미국 유명 법률회사인 카빙턴과 전문적인 협의를 거쳐 3상 최종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며 “1차 지표인 OS가 다소 부족하지만 임상적 유의성이 있고 부작용이 적어 허가가 가능하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업계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올 들어서만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신라젠의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 임상 3상 중단 등 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중단 등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바이오산업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며 “임상 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기보다는 판매 허가를 받을 때까지 차분하고 냉정하게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