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분양가 상한제에 강남 청약경쟁률 '반토막'…"현금 부자들 골라먹는다"

입력 2019-10-02 07:20
수정 2020-06-24 09:46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폭발했던 서울 청약 시장이 다소 주춤한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 1일 분양가 상한제의 '6개월 유예'를 발표하면서 뜨거웠던 열기가 다소 여유를 찾았다. 내년 1분기까지 강남을 비롯해 서울 주요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이 남아 있어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다는 조급함에 '막차 효과'까지 더해 서울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을 잇따라 세자릿수로 뛰어 올랐다. 여기에 서초구 '아크로 리버 파크'의 소형 면적이 3.3㎡당 1억원에 최근 실거래됐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6개월 유예되면서 서울에서 최대 61개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들 단지들이 모두 재건축되면 6만8000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더군다나 서울 강남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들은 시세 차익만 수억원이 보장된 상태다. 무주택 현금 부자라면 여유있게 원하는 아파트를 골라서 선택할 수 있다.

2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4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의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138가구 모집에 8975명이 접수해 평균 65.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삼성동 상아 2차 아파트 재건축인 '래미안라클래시'의 평균 청약경쟁률이 115.0대 1인 점과 비교하면 40% 수준으로 절반도 안된다.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은 예상대로 전용 85㎡ 초과 타입에 몰렸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중대형은 50%를 추첨으로 배정한다. 이번에 일반분양되는 10가구 중 4가구가 추첨으로 선정될 예정이다. 청약 가점이 낮더라도 당첨이 가능하다보니 이른바 '묻지마 청약'이 예상됐다. 이 단지 분양가는 3.3㎡당 평균 4750만원이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115.2㎡B형이었다. 4가구 모집에 1809명이 접수해 45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3가구씩을 모집하는 125㎡A형과 125㎡B형도 각각 209.3대 1, 119.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한편 강남권에서는 재건축을 통해 분양되는 단지들의 분양가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분양된 단지들과 비슷한 가격 수준이다. 강남권 신축 아파트들 보다 10억원 가량 낮은 '로또 아파트'가 확실시 된다.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무주택 현금 부자들은 6개월 유예 기간만큼 '로또 아파트'를 골라잡을 기회를 얻게 됐다.

반포우성재건축조합은 최근 3.3㎡당 평균 4891만원에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았다. 전용면적 84㎡로 환산하면 16억6000만원 안팎이다. 대치동 구마을 2지구 재건축은 3.3㎡당 평균 4750만원에 분양가를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