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조국 펀드 설계자' 3일 기소…'공범' 정경심 소환은 또 미뤄

입력 2019-10-02 17:17
수정 2019-10-03 01:32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모펀드 의혹 혐의자에 대한 첫 기소를 단행할 예정이지만 수사는 순탄치 않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는 발언 이후 검찰은 조 장관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소환을 비공개 방식으로 바꾸고 시기도 미루는 등 잔뜩 움츠러든 모양새다. 조 장관 수사에 대한 여권 반발을 의식해 ‘신중한 수사’를 강조하다 보니 수사기간은 계속 길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나온 검사에게 “신속하게 해달라”고 전화 통화한 조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서도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조범동 - 정경심 공범관계였나

검찰의 조 장관 의혹 수사는 딸 입시 의혹, 사모펀드 의혹, 사학재단 의혹 등 세 가지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피의자는 조 장관 일가 펀드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정 교수와 실질적 대표로 활동한 조 장관 5촌 조카 조범동 씨다. 검찰은 조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 배임,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한 뒤 추가 기소도 준비하고 있다.

검찰은 조씨와 정 교수를 공범관계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조씨는 코링크프라이빗쿼티(PE)의 투자기업인 더블유에프엠으로부터 13억원을 빼돌려 이 중 10억원을 정 교수에게 대여금 명목으로 보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당초 코링크PE에 투자했던 10억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처럼 꾸미고 해당 금액을 뒷돈으로 보전받았을 가능성(횡령 및 배임에서 공범 관계)을 수사하고 있다.

조씨는 부정거래와 허위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가 더블유에프엠을 인수하면서 주가를 조작하고, 허위공시를 통해 주가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조씨는 웰스씨앤티의 최모 대표에게 거짓 진술을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정 교수에겐 조 장관 의혹의 세 가지 갈래(딸 입시, 사모펀드, 사학재단) 혐의가 모두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조 장관 일가의 재산 형성과 관련된 웅동학원 의혹과 관련해서도 정 교수가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조 장관 일가의 증거인멸 정황이 웅동학원 의혹에서도 상당수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딸 입시 의혹과 관련해선 지난달 6일 사문서위조 혐의로 정 교수를 한 차례 기소한 데 이어 위조사문서 행사,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공소장 변경과 추가 기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조 장관의 딸 조모씨가 입시 과정에서 제출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의 위조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동양대 총장상을 스캔한 뒤 일부를 오려내 다른 파일에 붙이는 방식으로 위조했다”며 “위조 시점과 딸 조씨의 입시 준비 시점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피의자에 쩔쩔 매는 검찰

검찰은 정 교수 소환 방식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일정도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 교수는 이번주 초 소환될 예정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정 교수가 공개소환 대상자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1층 입구로 오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과거 적폐수사 과정에서도 민간인 신분인 최순실, 정유라 등을 공개소환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일 한때 정 교수의 변호인인 이인걸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내 정 교수가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거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정 교수의 조사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검찰이 소환 방식을 바꾼 것은 대통령 발언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조 장관이 직권남용과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형사1부(부장검사 성상헌)에 배당해 수사에 들어갔다. 김현아·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조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조 장관이 수사 검사에게 “압수수색을 신속하게 해달라”고 한 것은 장관의 권한을 남용한 것이고 ‘부정 청탁’이라고 볼 수 있어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