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자동화 알고리즘으로 투자자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올해 수익률에서 시장 평균을 앞섰다. 연초 이후 누적 수익률은 8%를 넘어 코스피200지수의 같은 기간 상승률(4.75%)을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혼조세일 때 강점을 보이는데 올 들어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익률에서 높은 성과를 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설정액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앞으로 투자자 관심이 크게 몰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수의 대형 자산운용사가 관련 펀드를 앞다퉈 만들고 있고, 알고리즘 고도화에 따라 수익률도 갈수록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로보펀드 올해 수익률 ‘선방’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가운데 설정액 10억원 이상 12개 펀드 기준으로 올해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8.16%(지난 1일 기준)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벤치마크(비교 대상 지수)로 주로 쓰이는 코스피200지수의 이 기간 상승률(4.75%)을 앞섰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수익률은 최근 들어 급격히 개선됐다. 최근 3년간 수익률은 1.90%로 코스피200지수 상승률 6.58%보다 낮았다. 그러나 최근 1년간은 0.26%를 기록해 이 기간 코스피200지수가 8.58%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 들어서는 더 위로 치고 올라가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수익률이 개선된 것은 시장이 박스권 혼조세를 나타내는 것과 관련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전문기업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성상모 서비스프로세스팀장은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알고리즘은 글로벌 자산 배분에 방점을 두고 개발된 게 많다”며 “포트폴리오 관리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 혼조세를 띠며 위험도(리스크)가 높을 때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순발력 있는 자산 배분이 강점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일반 펀드보다 더 순발력 있는 시장 상황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면에 맞게 감정을 배제하고 대응할 수 있고, 사람인 경우 번거롭다는 이유로 지나칠 수 있는 아주 소량의 자산비중 조정도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한다는 것이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 가운데서는 ‘하이ROKI1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연초 이후 수익률이 14.93%로 가장 높았다. 이어 ‘키움쿼터백글로벌EMP로보어드바이저’ 펀드(12.19%), ‘NH-Amundi디셈버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11.61%), ‘대신로보어드바이저자산배분성과보수’ 펀드(4.25%) 등의 순이었다.
수익률이 가장 좋은 하이ROKI1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지난 1분기 미국 종목 비중을 35% 이상으로 높였다. 작년 10월 크게 하락했던 미국 주식시장은 이 기간 반등폭이 가장 컸다. 이 펀드는 2분기 들어 금 비중을 21%로 높였다. 5월부터 미·중 무역협상 불안감이 커지면서 금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3분기에는 해외 채권과 금 비중이 35%로 높아졌다. 이 기간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지며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미국·독일·한국의 주식 비중을 65%로 높인 것도 수익률에 기여했다. 폭락했던 이 기간 국내 증시가 크게 호전됐기 때문이다.
기업 다수 로보펀드 출시 검토 중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아직 크지 않다. 설정액 규모는 443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연초 이후 빠져나간 자금이 115억원이다. 도입 초기 수익률을 잘 내지 못해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선세가 뚜렷해 앞으로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기술(IT) 기업과 대형 운용사가 중심이 돼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코스콤이 운영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테스트베드에서 상용화 인증을 받은 기업은 18곳이다. 테스트베드 인증이 상용화에 필수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품질을 보증한다는 인식을 투자자에게 줄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알고리즘도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 조병희 키움증권 랩솔루션팀장은 “최근에는 알고리즘 고도화에 딥러닝(인공지능 기계학습)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는 결과를 뜯어봐도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알고리즘이 고도화될수록 사람이 운용하는 것과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