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미사일 완결판' SLBM까지 꺼낸 北…"제재 풀어라" 對美 무력시위

입력 2019-10-02 17:08
수정 2019-10-03 01:28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불과 사흘 앞둔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쏘면서 또다시 판세 흔들기에 나섰다. 핵 관련 미사일의 ‘완결판’으로 꼽히는 SLBM 카드까지 꺼내며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완화를 끌어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협상력 극대화하려는 北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SLBM 발사는 전형적인 화전양면(和戰兩面: 앞에서는 평화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뒤에서는 전쟁을 준비) 전술로 분석했다. 미·북 실무협상에 들어가기 전 미국이 당황할 만한 SLBM 전력을 꺼내 보인 뒤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을 내세우며 미국의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 기조를 바꾸려 시도하고 있다. 단계적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 나아가 한·미 합동군사연습 완전 중단과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북한이 협상 전 미국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그동안 핵탄두 소형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SLBM 개발 등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단계를 착착 밟아왔다”며 “북한의 요구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이 어느 정도로 수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美 “안보리 결의 준수해야”

미국 국무부는 2일(현지시간) 북한의 SLBM 발사에 대해 “도발을 자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고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지속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일단 원론적인 반응을 내놓은 뒤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고 협상 전략을 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단거리는 상관없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SLBM은 잠수함으로 탐지와 추적이 어렵고,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있어 예상치 못한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미국이 실무협상을 취소하거나 연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비롯해 현재 자국 내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북한과의 협상을 일종의 돌파구로 삼고 싶어 할 것”이라며 “북한 역시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한시가 급하기 때문에 대화의 판을 깨면 양측 모두 손해”라고 설명했다.

미·북 실무협상 장소는 스웨덴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측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3일 오후 중국 베이징을 출발해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하는 중국국제항공 여객기 탑승자 명단에 있는 게 확인됐다. 김명길은 3일 오전 베이징에 도착한 뒤 스웨덴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편도 티켓만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靑 “미·북 협상전 도발 우려”

청와대는 2일 오전 7시50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다.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한 것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NSC는 “SLBM을 시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한·미 정보 당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정밀분석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해선 “안보리가 논의할 일”이라며 “예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미아/김형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