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는 OEM 상품"…당국의 판단에 속끓는 금투업계

입력 2019-10-02 18:53
수정 2019-10-03 00:38
대규모 원금 손실로 3200명 투자자의 눈물을 흘리게 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의 법적 책임을 어디까지 물릴 수 있을까. 불완전 판매 정황이 속속 드러난 은행은 중징계와 함께 피해자 배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이 상품을 설계하고 만든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위법 여부를 가려내기까지 논란이 많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 1일 해외 금리 연계 DLS 중간검사 결과 발표에서 “DLS의 설계·제조·판매까지 은행 중심으로 진행됐다”며 “은행은 증권사와 수익률, 만기 등 상품 구조를 협의했을 뿐 아니라 먼저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DLS 상품이 이른바 ‘주문자제작(OEM) 펀드’임을 시사한 대목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OEM 펀드는 판매사(은행)가 발행·운용 과정에 관여하는 금융상품을 뜻하는 것으로 명백한 불법행위다. 자본시장법은 자산운용 라이선스가 없는 판매사가 펀드 운용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OEM 펀드로 판명되면 해당 DLS를 발행한 NH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뿐 아니라 이 DLS를 묶어 파생결합펀드(DLF)로 만든 KB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HDC자산운용 등도 줄줄이 징계 위기에 처한다.

원 부원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금감원 실무자들은 신중한 모습이다. DLS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OEM 펀드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OEM 펀드는 일상적인 운용 과정에 판매사가 개입해야 하지만, DLS는 설계 초기 외에 상시적인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독일 금리 연계 DLF 투자자들은 전문투자자로 한정돼 있는데, 이 경우 통상적으로 판매사가 투자자 의견을 취합해 전달하는 협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것을 위법으로 몰아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고객에게 위험천만한 상품을 설계해 높은 수수료를 챙긴 외국계 IB에도 법적 책임을 물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시장에선 외국계 IB들이 미·중 무역분쟁 등 악재를 예상하고 독일 국채금리 상승에 투자하는 기존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해 반대 방향의 DLS 구조를 짠 뒤 그 투자위험을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 떠넘기려 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계 IB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언할 수 없지만 지금까진 혐의점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DLS를 설계한 외국계 IB는 JP모간과 모건스탠리, 소시에테제네랄(SG) 등이다.

오히려 업계에선 금융감독당국이 성급하게 위법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감독기관 고위관계자가 미리 ‘위법 프레임’을 씌우면 결국 무리한 검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