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자 태민은 방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며 좀처럼 집안을 벗어나지 않는다. 어느 날 그는 갑작스러운 컴퓨터 오작동으로 시작된 기이한 현상으로 인해 다른 차원 속 세상으로 이동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강원도의 어느 적막한 숲속. 태민은 시원한 계곡물로 뛰어들고, 바다에선 서핑을 즐기고, 농장에선 양떼를 만나면서 자연과 하나 된 강원도의 진가를 발견한다.
구관모 감독이 ‘제5회 강원도 29초 영화제’에 출품한 ‘내 마음속의 강원도, 넌 어때’의 내용이다. 이 작품은 1일 강원 춘천시 춘천교육문화관 공연장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받았다. 강원도 한 숲속에 떨어진 한 남자가 찾아다닌 명소들을 화려한 영상기법으로 잘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빠른 영상 전환과 박진감 넘치는 음악으로 강원도가 지닌 매력을 강렬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강원도청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이번 영화제에는 ‘강원도, 이건 어때?’라는 주제에 맞게 강원도 여행 속 정취, 강원도 명소와 맛집 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지난 8월 7일부터 9월 10일까지 이뤄진 공모에 일반부 396편, 청소년부 42편 등 모두 438편이 접수됐다. 지난해(198편)보다 출품 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14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강원도의 자연을 듬뿍 느끼게 하는 따뜻한 작품부터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반전 매력을 지닌 작품까지 다양한 색깔을 가진 작품들이다. 심사위원들은 “한정된 주제였음에도 강원도를 포괄해 보여줄 수 있는 영상들이 많이 출품됐다”며 “매번 달라지는 주제에 맞춘 젊은 연출자들의 참신한 시도들이 돋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청소년부 대상은 ‘나는 강원도에 산다’를 출품한 강릉여고 이하영 감독이 차지했다. 17년째 강원도에 살고 있는 평범한 여학생은 어느 날 친구에게 ‘강원도는 어때?’라는 글이 적힌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여학생은 “강원도에 산다고 특별한 건 없는데…, 다 똑같다”며 한숨을 쉰다. 하지만 이내 그는 “한 가지 특별한 게 있다면 강원도엔 쉬러 갈 곳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다를 좋아한다는 주인공은 바다에서 찍은 사진들을 자신의 방에 하나씩 붙여간다. 그는 “강원도에는 어제의, 오늘의, 미래의 내가 있다. 그래서 난 강원도에서 사는 게 좋다”고 말한다. 산과 강, 바다 등 주인공에겐 특별할 것 없는 강원도에서 보낸 삶 하나하나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다소 철학적 메시지를 담담하게 표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강원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나는 어때’를 제작한 손희동·이소은 감독에게 돌아갔다. 한 여성이 강원도 바닷가 산책로를 거닐며 녹음이 우거진 산과 파도치는 바다의 푸르름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는 “물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가 먼 곳”이라며 “그 거리만큼 나와 멀어진 나를 만날 수 있는 이곳, 푸름의 다양한 정의를 내려주는 빛깔과 수평선 너머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또 다른 나를 만들어간다”고 되뇐다.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강릉 여행 어때’를 출품한 양평고 어준호 감독이 받았다. 한 남녀가 도심을 벗어나 한 사람은 기차로, 한 사람은 버스로 강원도에 도착한다. 각기 다른 강원도 명소와 맛집을 다니며 힐링을 즐기는 남녀의 모습이 각각 다른 화면으로 양분돼 보인다. 강원도 여행에서 느낀 설렘이 남자가 여자의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주며 사랑의 설렘으로 바뀌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냈다.
이날 열린 시상식에는 김성호 강원도 행정부지사와 김병석·허소영 강원도의회 의원, 김태훈 강원도청 대변인, 한국경제신문의 김정호 경영지원실장과 박성완 편집국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수상자와 가족 150여 명도 시상식을 함께했다. 수상자들에게는 총 20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2017년 싱글 앨범 ‘위, 퍼스트(WE, first) 어제’로 데뷔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5인조 걸그룹 엘리스가 축하 공연 무대에 올라 시상식 열기를 더했다.
춘천=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