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6개월 유예는 단기처방에 불과"

입력 2019-10-01 17:24
수정 2019-10-02 02:54
정부가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정비사업단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6개월간 유예하기로 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신축 아파트 쏠림 현상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꼽히는 서울 주택시장의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근본적인 내용은 빠져 있어 중장기적인 효과는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전세대출 규제 등에 대해서도 가뜩이나 전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칫 전세 가격을 올리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단지, 단기적 효과 그쳐

정부가 ‘10·1 부동산 대책’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방침을 다소 완화하면서 사업 막바지 단계인 서울 둔촌주공 등 일부 재건축 단지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밀어내기 분양도 상당히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단지는 서울에서만 60여 개 사업장”이라며 “상당수 사업장이 내년 4월까지 일반분양을 하기 위해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실수요자의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동별로 최소화하겠다는 ‘핀셋’ 규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투기과열지구 전체가 아니라 특정 지역에만 상한제가 적용돼 공급 억제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중장기적 효과와 관련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상한제 적용 시기에 따른 경과조치가 마련되면서 단기간 공급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의 수요가 분산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소수의 고가점자에게만 당첨 기회가 돌아가는 한계로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연구소 소장도 “상한제 적용 유예를 받게 될 재건축 단지는 어차피 공급이 예정됐던 단지들이고, 시기만 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번 대책으로 상한제 적용을 피하게 된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오히려 신축 급등 현상에 편승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을 피해간 서초구쪽 단지에 엄청난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분양가 규제는 상한제 이전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이뤄져왔지만 집값 안정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상한제로 인해 발생하는 ‘로또분양’과 전매제한 등 유동성을 옭아매는 정책에 대한 부작용이 오히려 추가됐다”고 말했다.

대출규제 전셋값 올릴 수도

대출규제가 한층 강화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전세 매물을 줄이는 부작용 등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학렬 소장은 “법인투자자, 전세자금을 이용한 투자자를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존재로 가정하는 정책을 많이 내놨다”며 “하지만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 전세 가격이 자극을 받아 매매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도 “법인이나 임대사업자 등이 최근 시장을 왜곡시킬 정도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전세자금대출 규제로 주택을 갈아타려는 목적으로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했던 1주택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학렬 소장은 “양도세 인하 등 시장의 거래를 터주는 실질적인 대책이 포함되지 않아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윤아영/구민기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