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으로 분배적 정의만 좇으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경기가 침체된다. 성장과 분배는 통합적인 정책으로 양립할 수 있다.”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부 석좌교수(국가미래연구원 원장)는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생존권과 상대적 빈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연 ‘국가경쟁력 강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제3의 길은?’ 토론회에서다.
발제자로 나선 김 교수는 “경제적 효율성 없이는 기회 균등과 사회적 가치를 통한 ‘함께 잘살기’가 어렵다”며 “파이를 키우지도 않고 똑같이 나누자는 식의 ‘함께 못살기’는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수가 지향하는 ‘기업 활동의 자유’와 진보가 추구하는 ‘큰 정부’를 동시에 달성해 국가 경쟁력을 높인 유럽식 모델을 ‘제3의 길’로 제시했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해 경제 성장과 세수 증대를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한 건전 재정으로 분배 정의를 실현하자는 제안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인사말에서 “성장을 중시하는 보수와 분배를 우선시하는 진보 간의 대결로 ‘경제가 이념에 발목 잡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이나 ‘분배’ 같은 사회적 가치는 탄탄한 자유시장경제를 바탕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여가면서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기업 하려는 의지’를 북돋울 수 있도록 기업 경영환경을 적극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세와 상속세를 경쟁국 수준으로 낮추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 안정성과 유연성을 함께 높이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연근무제 보완과 지나친 환경 규제 완화 등도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분배를 개선해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목표 측면에선 바람직하지만,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은 적절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자영업 기반이 붕괴해 분배가 더욱 악화되고 경기가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가 하락하는 가운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나 부동산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을 따로 시행하는 모습을 보면 국가 경제 전반을 고려하는 시야가 결여돼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