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스위스 바이오기업 론자를 상대로 낸 세포주 기술 특허무효 심판에서 승소했다. 특허 걸림돌이 없어지면서 바이오의약품 수탁생산(CMO)에서 수탁개발(CDO)로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에 탄력이 붙게 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은 지난 8월 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론자를 상대로 제기한 심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7년 7월 “론자의 항체 생산을 위한 유전자를 세포주 안으로 옮겨주는 DNA 운반체(벡터) 특허는 무효”라며 특허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세포주는 대량 증식으로 특정 항체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초 세포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문제를 제기한 특허는 ‘hCMV 주요 즉각 조기유전자의 제1 인트론 및 mCMV 프로모터를 포함한 포유동물 발현 벡터’로 세포주의 증식을 돕는 일부 단백질에 관한 것이다. 의약품(항체)을 생산하기 위해 개발한 DNA를 숙주세포 내부로 옮겨주는 벡터(중간체)에 관한 것으로 벡터 내 DNA를 고정하고 향후 DNA를 발현시키는 역할을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CMO에서 CDO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론자 세포주 개발 특허가 부당한 진입장벽이라고 판단해 특허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CDO는 연구 단계의 항체의약품을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세포주와 생산 공정을 개발하는 대행 사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틸렉스, 지아이이노베이션, 이뮨온시아 등을 비롯한 고객사로부터 34건의 CDO 계약을 맺은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론자는 2년에 걸쳐 의견서를 아홉 차례 제출하며 공방을 벌였다. 론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CDO와 CMO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특허심판원은 론자의 특허가 기존에 알려진 기술과 동일해 새롭지 않고 통상의 기술자라면 쉽게 발명할 수 있어 진보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판단이 내려진 상태다. 론자는 10월 안에 특허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 기술은 세포주 개발의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지만 특허로 묶여 있다 보니 다른 기술을 사용하느라 공정과 개발 시간에서 손해를 봤다”며 “이번 판결로 기존 세포주 기술에 이 세포주 기술을 더해 CDO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