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눈물의 ‘폭탄 세일’에 나섰다. 가격을 500만원 가까이 깎아 주거나, 무이자 50개월 할부 혜택을 주는 등 파격 할인 공세를 벌이고 있다. 실적 악화 늪에 빠진 한국GM과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중견 완성차 3사’뿐만이 아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수입차 업체까지 할인 전쟁에 가세했다. 내수 판매량이 계속 쪼그라들고 재고 물량이 쌓이고 있는 탓이다.
현대·기아차도 할인전(戰) 가세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 등 판매 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위기의 3사’가 치열한 할인 경쟁을 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SM6 구매자에게 최대 250만원 상당을 지원해 준다. TCe 모델을 선택하면 200만원을 추가 할인받아 497만5000원 싸게 살 수 있다.
쌍용차는 코란도 가솔린 모델을 사는 소비자에게 90만원 상당의 블랙박스를 장착해 주고 틴팅(선팅)도 해 준다. 2020 G4 렉스턴을 구매하면 192만원 상당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달아준다. 한국GM은 선수금과 이자 없이 50개월 할부 결제를 할 수 있는 ‘더블 제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대·기아차도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대차는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코나, 싼타페 등 1만8000대를 정상가보다 3~10% 깎아주는 ‘현대 세일즈 페스타’를 시행한다. 쏘나타 2.0 가솔린은 230만원, 그랜저 3.0 가솔린은 387만원 싸게 살 수 있다. 기아차는 K5를 150만원 할인 판매한다. 카니발·스포티지(50만원), 쏘렌토(100만원) 등도 할인해 준다.
할인 불붙은 수입차업계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할인에 나선 것은 차가 덜 팔리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지난달 판매 실적이 2만1393대로, 작년 동기(3만4816대)보다 38.6% 쪼그라들었다. 노조의 파업 영향이 컸다. 이 회사 노조는 임금협상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최근까지 부분·전면파업을 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도 고전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38만2375대를 팔았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줄었다. 쌍용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1만325대로, 작년 같은 달보다 1.8% 감소했다.
수입차 업체 사정도 비슷하다. 자동차 거래 앱(응용프로그램) 직카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19개 주요 수입차 업체들은 지난달 약 10% 할인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벤츠의 인기 모델 C클래스(C 220d 4MATIC)는 원래 가격이 6060만원이지만, 지난달에는 최대 738만원(12.4%) 할인된 5332만원에 판매됐다. BMW 3시리즈의 평균 할인율은 9.1%였다.
이수엽 직카 빅데이터연구소 연구원은 “불매 운동 여파로 도요타 등 일본차 업체가 주춤한 틈을 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다른 수입차 업체들이 공격적인 할인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