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검찰총장에 지시한다, 검찰개혁안 마련하라"…현직검사 "총장님, 편한 길 가시지"

입력 2019-10-01 07:29
수정 2019-10-01 07:3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조국 법무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검찰 개혁을 다시 한번 강도 높게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리에 없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검찰총장에게도 지시합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 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주길 바랍니다"라며 지시를 명확히 전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 관행' '조직 문화'를 고쳐야 한다고 특정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했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메시지는 윤 총장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인사권자인 대통령밖에 없는 만큼, 촛불집회를 통해 얻은 민심을 동력으로 검찰 개혁 속도를 높이겠단 판단으로 관측된다.

이를 놓고 야권 등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외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현직 검사가 관련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윤 총장에게 "힘센 쪽에 붙어서 편한 길 가시지 지난 정권 때도 눈치 살피지 않고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하다가 고초 겪었으면서 왜 또 어려운 길을 가느냐"고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장모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40·사법연수원 36기)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있던 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총장님, 왜 그러셨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임명권자로부터 엄청난 신임을 받아 총장까지 됐는데 그 의중을 잘 헤아려 눈치껏 수사했으면 역적 취급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어적으로 안타까움을 표했다.

장 검사는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윤 총장과 자유한국당과의 '내통설'을 겨냥, "지지율도 높고 총장을 신임하는 여당쪽과 내통하는 게 더 편하지 않느냐"며 "세살배기 아이들도 조금이라도 힘센 사람 편에 서는 게 자기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다 아는데 총장은 왜 그런 의혹을 받느냐"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