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출전략 뒷전인 항공기산업 미래 없다

입력 2019-09-30 17:28
수정 2019-10-01 00:22
항공기산업은 민용·군용 항공기를 개발·생산·판매하는 분야다. 여객운송 목적의 항공산업과는 구별된다. 무인기와 드론이 포함된 항공기산업은 로봇과 함께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주도하는 최첨단 산업으로 꼽힌다. 높은 산업 파급·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미래 핵심 먹거리 산업으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 항공기산업 생산액은 전년 대비 18.8% 성장한 47억1000만달러 규모였다. 이 중 55.5%가 수출되는 등 외형상 상당히 고도화돼 있다. 절대 산업 규모는 작지만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자동차·조선산업 등 주력산업 대비 성장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그러나 지난해 항공기산업 규모는 2016년의 92.1%에 불과하고 올해도 3년 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치는 등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지난 수년간 연평균 15%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던 항공기산업이 최근 정체상태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의 부진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수년간 T-50/FA-50을 중심으로 한 완제기 수출이 전체 수출의 30~40%를 차지했지만 최근 2년간은 수주실적이 전무하다. 10조원, 450대에 달하는 미국 고등훈련기(APT) 사업의 수주 실패는 치명타로 평가된다.

둘째, 수출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인 민수용 기체부품의 부진이다. 그동안 글로벌 대기업인 보잉 및 에어버스에 대형여객기 기체 부품을 납품했으나, 최근 베트남 등 후진국들의 저가수주 공세에 밀리는 실정이다.

셋째, 방위사업 비리 수사에 따른 수리온 헬기 생산 중단 등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수리온 헬기를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국내 항공기 생산의 55%, 방위산업 생산의 20%를 담당하는 국가 핵심기업이다. 산업 전체 대비 수출 비중도 각각 60%, 40~50%이며, 협력기업도 100여 개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KAI는 내부 경영진단 결과 성장성과 생산성, 수익성이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KAI 위기감의 본질은 성장을 담보할 미래 먹거리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현재 주력 생산제품인 수리온 헬기는 군납이 완료되는 5년 후 새로운 시장 창출이 불확실한 상태며, 개발 중인 소형 헬기와 보라매 전투기 역시 수출시장이 불분명하다. 주력 수출기종인 T-50/FA-50도 높은 가격과 성능 한계로 해외시장에서 밀리고 있다.

생산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수 기체부품 역시 후진국과의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인해 수주액이 줄고 부가가치도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기체부품 분야는 경남지역 50여 개 부품 협력업체들의 생존과도 직결돼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군용기는 매출의 40% 안팎에 불과하지만 인력의 80%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군수 영업이익률은 0%에 근접하는 등 방산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KAI의 생산성 향상과 수출 확대,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다각화와 글로벌화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와 함께 항공·방위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이란 인식을 갖고 국가적 차원의 협력에 나서야 한다. 특히 방산 분야에서 군용기 등 무기를 개발할 때 수출을 고려한 개발전략으로의 시급한 전환과 더불어 방산원가 검증·획득 시스템, 절충교역 등 기업 성장과 경쟁력 강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반(反)시장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민간 분야는 자국 운송시장을 담보로 미국 보잉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민항기부품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한 일본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운송시장과 제조업 간 연계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KAI 새 사령탑의 산업정책적 시각과 정부의 정책융합을 통한 항공·방위산업의 르네상스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