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매년 12~3월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60곳 가운데 최대 27기를 가동 중단하고 수도권에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는 정책제안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제1차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했다. 이번 제안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을 ‘고농도 미세먼지 계절’로 지정해 고강도 저감 조치를 시행하는 게 핵심이다. 기후환경회의는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시기에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올봄 전국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60곳 중 불과 4기를 멈추고 일부 발전소에 출력을 제한했을 때도 발전사들 재무상황엔 치명적이었다”며 “미세먼지 유발물질을 최소화할 저감장치 보급·개발보다 멈춰 세우자는 논의부터 나오면 안정적 전력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원전 이용률이 낮아지면서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한국전력에 또 하나의 부담이 추가되는 것”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제안을 논의하고 관계 법령을 손질해 오는 11월께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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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 멈춰 전기요금 올리고…경유차 세금 인상
정부, 결국 국민 부담 늘려 미세먼지 잡는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30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과 노후 경유차에 매기는 세금을 올리자고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 부담을 늘려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발상이어서 국민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발전업계와 자동차업계도 이번 대책이 산업 경쟁력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기요금 인상 권고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정책제안에는 매년 12월~이듬해 2월 9~14기, 3월에는 22~27기의 석탄발전소를 멈추자는 내용이 담겼다. 나머지 석탄발전소도 출력을 80%까지 낮춘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올봄에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노후 석탄발전소 4기를 가동 중단했다”면서도 “전국에서 절반에 가까운 석탄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이어 “27기를 가동 중단하고 나머지의 출력을 80% 수준으로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는 쉽지 않다”며 “국가기후환경회의 역시 ‘전력의 안정적 수급여건을 고려해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조정한다’는 조건을 단 만큼 어느 수준으로 정책에 반영할지는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석탄발전소를 대거 멈추면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힘들 뿐 아니라 한국전력 재무상황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들고 나선 이유다.
한전은 원자력발전소 이용률 하락 등으로 올 상반기 92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권고안대로라면 상대적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석탄발전소도 발전단가가 더 높은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해야 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9월 기준 LNG 발전단가는 ㎾h당 82.57원으로 유연탄(석탄) 56.45원의 1.5배가량 된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전 이용률 저하,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 등으로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한전에 또 하나의 부담이 추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국고를 지원하는 것보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민정책참여단에서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월 2000원까지 전기요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을 준 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으로 12월~이듬해 3월 4인 가구 기준 전기요금은 월평균 1200원 오른다는 게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추산이다.
노후 경유차 보유세 7%→14% 인상
권고안에는 수도권과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에서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12월~이듬해 3월)에 배출가스 5등급 차량(생계용 제외)의 운행을 제한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5등급 차량은 1987년 이전 제작된 휘발유차와 2005년 이전 생산된 경유차로, 대부분이 노후 경유차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경유차 구매와 보유를 억제하기 위해 노후 경유차의 취득세를 현행 7%에서 14%로 인상하고, 경유 승용차의 차령에 따른 자동차세 경감률을 차등 조정하는 방안도 내놨다. 노후 경유차 보유세를 연간 10만~20만원 늘리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경유차 소비자의 세 부담을 키우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유차 보유자는 이미 환경개선부담금을 내고 있어서다.
구은서/박상용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