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 평정 '82년생 김지영', 스크린까지 접수할까 [종합]

입력 2019-09-30 12:24
수정 2019-09-30 16:48


인증샷만 올려도 SNS 테러가 자행됐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82년생 김지영'가 스크린 공개를 앞두고 베일을 벗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제작보고회가 30일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자인 김도영 감독을 비롯, 배우 정유미, 공유 등이 참석했다. 영화 기획 단계부터 논란과 기대를 동시에 받았던 상황에서 '82년생 김지영' 출연진과 감독은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에 태어나 누군가의 딸, 아내, 동료이자 엄마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지영'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6년 출간 이후 2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부를 돌파한 조남주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82년생 김지영'은 김지영의 고단했던 과거를 담담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하지만 이 시대의 여성들이 느끼는 일상적인 차별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남녀의 편을 가른다"는 주장과 함께 페미니즘의 상징으로 부각되면서 '여혐'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레드벨벳 아이린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는 이유로 악플 테러를 당했고, 최근 배우 서지혜도 같은 이유로 논란이 불거져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야 했다. 정유미 역시 '82년생 김지영'에 캐스팅됐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남성들에게 악플 세례를 받아야 했고, 촬영도 시작되기 전에 별점 테러가 자행됐다.

정유미가 연기한 지영은 결혼과 출산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여성이다. 요즘 들어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는 순간이 많아지고, 잘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이전과 달라진 일상과 현실에 갇혀있는 기분을 느끼는 캐릭터다.

정유미는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후 불거진 논란에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며 담담히 당시를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큰 부담이나 걱정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유미는 "그런 일이 있었지만, 결과물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며 "바르게 영화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연기를 하면서 그동안 외면했던 김지영들에 대해 미안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정유미는 "저는 아직 결혼도 안했고, 육아를 해본 적도 없어서 공감했다고 할 순 없다"며 "공감 보다는 바쁘다는 핑계로 알지만 외면했던 주변 사람들이 많이 생각났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며 "저를 되돌아보면서 부끄러움도 느꼈다"고 전했다.

공유 역시 정유미의 발언에 동의했다.

공유는 지영(정유미)을 지켜보는 남편 대현으로 분해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대현은 요즘 들어 힘든 내색 없이 오히려 '괜찮다' 말하는 아내가 마음에 걸리고,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모습에 고민이 깊어지는 인물. 공유는 담담한 감정 연기로 대현을 표현했다는 평이다.

공유는 "시나리오를 읽고 난 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며 "논란이 문제가 되고 걱정이 된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일이 드문데, 시나리오를 읽고 정말 많이 울었다"며 "대현의 어떤 순간에서 굉장히 울컥했고, 어머니가 생각이 나서 전화도 드렸다"고 털어 놓았다.

정유미, 공유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느낀 감정은 오롯이 카메라에 담겼다는 평이다. 연출자인 김도영 감독은 "원작과의 차별점은 정유미와 공유였다"고 꼽을 만큼 두 사람의 연기력에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김도영 감독은 "정유미 배우는 제 상상을 뛰어넘는, 김지영 그 자체였다"며 "자신의 상처가 드러나는 순간들도 집중해 연기해줘서 저도 여러번 울컥했다"고 칭찬했다. .

이어 "김지영이 나오는 장면은 다 애착이 간다. 그 역할을 정유미 씨가 잘 수행해줬다"고 덧붙였다.

공유가 연기한 대현에 대해 "배려심이 있다고 믿는 소심한 남자, 눈치도 없지만 아내의 상처를 걱정하고 염려하는 보통의 평범한 인물"이라고 소개하면서, "공유 배우께서 정말 많이 노력해주셔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도영 감동은 지난해 단편 영화 '자유연기'로 제17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관객상을 휩쓸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첫 데뷔작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영이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김도영 감독은 "저도 두 아이의 엄마고, 딸이고, 일하는 여성"이라며 '82년생 김지영'에 남다른 공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신인 감독으로서 사회적인 화두를 던진 작품을 영화로 만든다는 부담이 컸음에도 도전한 이유에 대해 "이런 이야기가 꼭 나와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도영 감독은 "원작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영화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잘 만들 수 있을까 고민 많았다"며 "이 이야기가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만들어진다면 굉장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꼭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82년생 김지영'은 오는 10월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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