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서 '판소리 공공외교' 펼친 송하진 전북지사

입력 2019-09-30 10:44
수정 2019-09-30 10:52

지난 27일(현지시간) 오후 외국 대사관과 대사관저가 밀집한 영국 런던 켄싱턴. 런던 부촌으로 유명한 이곳엔 한때 주영 한국대사관 역할을 하다가 지금은 대사관저로 활용되고 있는 주택도 자리잡고 있다. 이날 정장과 드레스를 차려입은 사람들이 박은하 주영 대사의 안내를 받으며 속속 대사관저로 입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전북도가 주최한 ‘재외공관 한스타일 공간연출 사업’에 초대받은 손님들이었다.

전북도가 매년 주최하는 재외공관 한스타일 공간연출 사업은 전통소재를 활용한 공예품, 전통등, 소가구 등으로 재외공관 및 관저 등을 한국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다. 2007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관저를 연출해 큰 호응을 받은 것을 계기로, 2015년부터 외교부와 공동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주영 한국 대사관저가 이 사업의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날 행사엔 송하진 전북지사를 비롯해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해사기구(IMO)의 임기택 사무총장 및 영국 정·재계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코지 츠루오카 주영 일본대사 부부도 행사에 특별히 초대됐다. 대사관 관계자는 “한·일 갈등과는 별개로 각국의 문화 교류는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일본대사를 초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사관저 응접실엔 조각보 모시발이 드리워진 가운데 곳곳에 한국 전통종이를 활용한 한지 이층장 및 천연염색발로 단장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관저 2층에 있는 대사 집무실 공간은 전통창호로 장식되고, 전통식 보료가 놓여진 전통 사랑방으로 변신했다. 이를 본 현지 관계자들은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코지 대사도 사랑방을 둘러본 후 “정말 아름다운 한국식 장식”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관람객들 앞에서 진행된 판소리 공연이다. 한국 스타일로 단장된 응접실에서 장문희 전북도립국악원 명창의 춘향가 판소리가 울려퍼졌다. 30분 간 진행된 판소리 공연에 영국 정·재계 관계자들과 주일 대사는 연신 박수를 보냈다. 판소리 공연이 끝나자 송 지사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런던에 한국을 알리기 위한 공공외교의 일환으로 자신이 직접 판소리를 한 대목 들려주겠다고 했다. 송 지사가 부른 판소리는 사철가였다. 그는 “사철가 일부 대목을 연습하는데만 몇 년이 걸렸다”고 했다. 송 지사의 판소리가 끝나자 참석자들의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송 지사는 “앞으로 이 공간에서 한국과 영국의 다양한 문화교류가 이뤄지고 영국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홍보 현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대사는 “외공관 한스타일 공간연출 사업으로 단장한 대사관저를 문화공공외교의 무대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