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원주혁신도시의 한 공기업이 최근 공인회계사(CPA) 모집 공고를 냈습니다. 대부분의 공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한 상태에서, 원주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지원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지원자가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죠.
얼마 전에는 더 어이없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사내 회계사 중 3명이 한꺼번에 퇴사한 겁니다. 해외 거래가 많아 반드시 회계 전문가들이 필요한 곳입니다. 평소 10명 정도 사내 회계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3명밖에 남지 않았다는군요.
이 회사는 기존 직원들과 같은 급여 체계를 적용할 경우 회계사들이 이탈할 것 같아 이미 ‘전문계약직’ 형태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연봉을 더 높여주기 위해서죠. 그런데도 잇따라 회사를 떠나거나 신규 채용 응시자가 없는 겁니다.
이 기업이 재무 문제를 안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정부가 대주주인 공기업입니다.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이 회사가 ‘회계사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는 건, 사실 요즘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회계사 몸값이 ‘금값’이 된 겁니다. 회계법인의 4~5년차 젊은 회계사들 연봉은 수당을 합칠 경우 1억원에 육박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주된 원인은 새로 시행한 외부감사법 및 주기적 감사일 지정제입니다. 올해가 시행 첫 해이죠. 일정한 회계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기업들이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기업마다 회계 전문인력 강화에 나섰고, 회계법인에도 일감이 몰리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도 중요한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회계처리 방식이 임원 거취는 물론 기업 흥망을 좌우할 정도라는 게 확인됐으니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계사 위상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만년 ‘을(乙)’의 입장인데다 ‘영업’을 뛰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게 주요 배경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의 관심도 낮아지면서 서울대 출신 합격자 수가 전국 대학 중 간신히 10위권을 유지할 정도였지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건 회계 투명성을 강조하는 기류 때문입니다. 지방 공기업의 회계사 구인난에서 잘 드러나듯, 향후 몇 년간은 ‘회계사 특수’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