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위한 앱티브와 합작사 설립-항공분야 진출, 이동 시장 전 부문 확대
"미래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변신이 너무 빠르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거침없는 미래전략을 두고 쏟아지는 평가들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을 뛰어넘어 '이동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정의선 부회장의 판단에 따른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다시 한번 '현대 속도'를 실감케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속도전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 집중돼 있다. 먼저 제조물의 지능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능력 보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율주행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인 '앱티브(Aptive)'와의 합작사 설립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 등이 모두 2조3,900억원을 출자하고 앱티브는 자율주행 지적재산권과 700여명의 개발 인력을 새 회사에 출자한다. 현대차그룹은 현금, 앱티브는 현물을 내놓는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자율주행에 대한 '현대차의 보험'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율주행 자체가 사물 등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하드웨어보다 인식 후 자동차 스스로 취해야 할 행동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변수를 판단 정보에 담아 자동차의 선택권을 만드는 게 핵심인 점을 고려하면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셈이다. 이를 고려해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합작사는 현대차가 미국에 새로 설립하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연구소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인력을 새로 구성하기보다 기존의 검증된 앱티브 개발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게 차이점이다. 따라서 지금은 합작사 형태지만 훗날 현대차가 100% 지배할 것으로 예측하는 게 무리한 해석은 아닌 셈이다.
두 번째 행보는 항공 이동 분야의 진출이다. 그룹 내 'UAM(Urban Air Mobility)' 사업부를 설립하고 책임자로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 출신의 신재원 박사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를 통해 도심 항공 모빌리티 시장의 조기 진입을 위한 로드맵을 설정하고, 항공기체 개발을 위한 형상 설계와 비행체 소프트웨어 안전 기술 등의 개발에 역량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이동(mobility)'의 개념이 육상에 머물렀다면 새로운 이동 분야로 '항공(Air)'을 활용하겠다는 야심이다.
세 번째는 '이동 서비스(MaaS, Mobility as a Service)'를 위한 플랫폼 진출이다. 이미 동남아 최대 호출 플랫폼인 '그랩(GRAP)'과 인도의 우버로 불리는 '올라(Ola)' 등에 각각 3,000억원과 3,400억원을 투자했다. 자동차 보유율이 낮은 국가일수록 개발속도가 빠르고, 여기에 발맞춰 이동의 필요성 또한 증대하면서 카셰어링이 활성화되는 만큼 제조 기업의 이동 수단 제공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물론 국내에서는 이미 플랫폼 진출이 시작됐다. 지난 8월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처음 내놓은 모빌리티 플랫폼 '제트(ZET)'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면 현대차는 퍼스널 모빌리티부터 시작해 향후 '제트' 안에 택시 호출은 물론 음식 배달, 대리운전, 다양한 퍼스널 모빌리티, 도심 항공 이동, 자전거, 유모차 등 바퀴가 달린 모든 것을 호출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구체화인 대중교통 시장의 진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동 수단을 제조하는 제조자가 직접 운용을 통해 사람 또는 화물을 이동시켜 주는 게 궁극의 지향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행보에 앞서 이미 같은 방향성을 설정한 곳이 폭스바겐그룹이라는 점이다. 폭스바겐그룹이 지난 2016년 발표한 미래 모빌리티 전략은 먼저 지능형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완성하고, 해당 소프트웨어를 발전시켜 자율주행에 활용하되 폭스바겐 뿐 아니라 필요한 모든 곳에 공급하며, 나아가 폭스바겐 제품의 기계적 플랫폼마저 외부에 공유하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이와 함께 '모이아(MOIA)'라는 카셰어링 연결 앱을 확장시켜 이용자를 플랫폼 안에 모여들게 하면서 동시에 오프라인에는 직접 제조한 이동 수단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도심 항공 이동을 위한 모듈 개발에도 적극적이어서 사람의 두 발을 제외한 이동하는 모든 곳에 폭스바겐의 이동 수단과 폭스바겐그룹이 만든 앱만 존재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폭스바겐 이동 수단을 선택하고, 폭스바겐그룹은 제조와 운용 수익을 모두 취한다는 게 이들의 퓨처 모빌리티(Future Mobility) 전략이다.
물론 두 회사의 행보가 같은 이유는 무엇보다 제조 역량 때문이다. 여전히 수익의 대부분이 자동차라는 제조물을 판매해서 얻는 만큼 어떻게든 제조물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교통분야 진출은 당연하지만 아직은 기존 교통사업자 또한 자동차라는 제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라는 점을 고려해 주춤할 뿐이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거침 없는 행보의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전통적 개념의 자동차기업들의 대중교통사업 진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모빌리티 비즈니스에서 '이용'과 '공급'의 역할 구분이 점차 엷어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위원(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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