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투자도 출산도 '重症 의욕상실'…정부, 결자해지하라

입력 2019-09-29 17:26
수정 2019-09-30 00:17
우리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액이 두 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자본의 해외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집계한 올 2분기(4~6월) 해외직접투자액은 1년 전보다 13.3% 늘어난 150억1000만달러로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38년 만의 최대치였던 올 1분기(1~3월) 해외직접투자액(141억달러)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이에 반해 국내외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급감하고 있다. 국내 총투자 금액은 올 2분기 149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0.4% 감소했다. 작년 2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외국인의 올 상반기 국내 직접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2% 줄어든 56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국내외 기업이 한국 투자를 기피하는 이유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부·여당이 친(親)노조·반(反)기업 정책을 밀어붙여 투자 여건과 경영 환경이 급속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감세 등 기업 기(氣)살리기 경쟁을 벌이는데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 한국은 주요국 중 유일하게 법인세를 올렸다. 최저임금을 2년 새 29%나 인상하고 주 52시간 근로제를 강제하고 있다.

산업 안전과 화학물질 관리를 이유로 툭하면 공장을 세우고 기업인을 감옥에 넣을 수 있는 각종 법안도 통과시켰다. 지지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원격의료와 공유경제 서비스 등 신(新)산업에 절실한 규제혁신은 거의 손을 놓고 있다. 강성노조는 법 위에 군림하면서 정부 정책을 좌지우지한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겠는가.

기업들의 ‘한국 탈출’은 경기불황과 취업난을 더 악화시켜 대한민국을 짊어질 미래세대를 좌절시키고 있다. “두드려도 안 열린다”며 낙담해 최근 1년간 구직활동조차 단념한 ‘취업포기자’가 54만4238명(상반기 월평균)에 이른다. 연애·결혼·출산의 세 가지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3포(三抛) 세대’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이 0.98명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출산율 0명대 국가’로 전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린 2030세대의 결혼과 출산 기피는 가뜩이나 저물가·저성장으로 대변되는 ‘일본식 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생산과 소비를 위축시키고 재정과 복지 등 국가 정책 다방면에 큰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가 쏟아부은 ‘저출산 대책 예산’이 150조원을 넘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청년 대책’임을 감안해 육아지원, 여성과 노인 인력 활용 등 기존 정책을 뛰어넘는 종합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기업의 투자기피와 이로 인한 미래세대의 심각한 취업난과 저출산 등은 국가의 토대를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는 점에서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여당은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식 설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무엇이 문제의 근원인지를 인식하고 하루빨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북돋워 시장경제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이야말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