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내리막길이지만 베트남 경제는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경제를 옭아매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베트남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어서다.
베트남 통계청은 올 3분기(7∼9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31% 증가했다고 지난 28일 발표했다. 지난 2분기 GDP 증가율은 기존 발표 수치(6.71%)보다 0.02%포인트 높은 6.73%로 수정했다. 1분기 증가율은 6.82%였다. 이에 힘입어 올 들어 3분기까지 베트남 경제는 6.98% 성장했다. 베트남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인 6.6~6.8%를 웃돈다.
3분기 제조·가공 분야 성장률은 11.37%에 달했다. 건설·공업 분야와 서비스 분야도 각각 9.36%, 6.85% 성장했다. 3분기까지 누적 수출은 1943억달러(약 231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96억달러보다 8.2% 늘었다.
베트남 경제가 이처럼 잘나가는 것은 중국 생산기지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거 관세를 매기면서 베트남의 대미(對美) 수출이 크게 늘었다. 휴대전화, 컴퓨터, 섬유, 해산물 등 베트남의 주요 수출 품목 대부분은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는 12% 줄었다.
미·중 무역분쟁에다 중국의 인건비가 오르면서 중국 내 공장이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도 베트남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간 아마존·폭스콘·델·휴렛팩커드(HP)·샤프 등이 중국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각 기업의 기존 운송망을 쓰면서 중국의 대체 생산기지 역할을 하기 용이한 국가”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