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경비원을 해고하자 법원이 이를 '부당해고'라며 제동을 걸었다.
2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압구정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입주자회의는 지난해 초 그동안 직접 고용해 온 경비원 약 100명에게 "위탁관리로 방식을 바꾸겠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공동주택관리법 개정되며 '업무 외 부당한 지시·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함에 따라 주차대행 등을 시킬 수 없게 됐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게 이유였다.
해고에 동의하고 사직한 경비원들은 위탁관리 용역업체가 고용을 승계해 계속 근무하도록 했다.
그러나 경비반장 A씨가 구제 신청을 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 해고가 적법하다고 봤지만 중앙노동위원회가 재심에서 부당해고로 판결하며 상황이 뒤집혔고, 이에 입주자회의가 소송을 냈다.
입주자회의 측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입주자들의 금전적 부담이 증가했고, 경비원들과 임금을 둘러싼 민·형사소송이 벌어지는 등 노사관계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아파트 경비업무를 자치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위탁관리 방식으로 변경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반 기업과는 다른 아파트 입주자회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런 사정이 근로기준법상 해고가 인정되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로 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입주자의 의사를 모아 관리방식을 위탁관리로 바꾸는 것이 절차적·실질적으로 합리적이고 타당하더라도, 근로자의 뜻을 거슬러 해고하려면 근로기준법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아파트 관리의 특성 등을 이유로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할 수는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 사유를 들었다.
이어 "입주자회의가 해고를 해야 할 정도로 긴박한 재정상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위탁관리 방식으로 바꾼다고 해서 재정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경비업무 외에 시설·전기 등 기타 관리업무를 맡은 근로자 40여명은 여전히 직접 고용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미뤄서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3천여 세대 가운데 1천200여 세대가 위탁관리 방식으로 변경하는 데 반대했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자치관리든 위탁관리든 아파트 관리방식을 꼭 획일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별 또는 업무 영역별로 구분해 두 방식을 병존케 하는 것도 가능하고, 근로자의 사직이나 정년 도래 등에 맞춰 점진적으로 위탁관리 범위를 넓힐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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