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예술공간에 별 관측하는 천문대까지…영월의 특별한 매력

입력 2019-09-29 14:59
수정 2019-09-29 15:00
영월은 왠지 가을의 낭만에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단종의 아픈 추억이 숨어 있는 영월은 매력적인 자연을 갖추고 있고 어느 곳을 다녀도 식상한 곳이 없다. 최근에는 복합예술공간까지 생겨 젊은 층의 발길이 더 늘고 있다. 볼 곳 많고 즐길 것 많은 영월로 이번 주말 즐거운 가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영월의 상징이 돼 버린 한반도 지형

강원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에 있는 한반도 지형은 영월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5호로 삼면이 바다인 우리 땅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으로 강변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서강 지역을 대표하는 경관 중 하나로, 동쪽은 높고 서쪽은 낮은 한반도 지형을 쏙 빼닮았다. 굽이쳐 흐르는 한천의 침식과 퇴적 등으로 만들어진 지형으로 수천만 년 전 땅 표면이 높아져 생긴 감입곡류하천과 하안단구도 관찰할 수 있다.


한반도지형은 영월 10경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2008년부터 농촌전통테마 마을로 지정되면서 강원도 강변마을의 전통운송수단이던 뗏목을 복원해 뗏목체험을 통해 옛 문화를 알리고 있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뒤쪽은 도덕산(508.6m)에 가로막힌 이 마을은 강 건너편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병창 위에 아름다운 신선바위가 있어 지명을 ‘선암’ 또는 ‘서남’이라고 부른다. 옛날 신선이 이곳 경치에 반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동강 상류에 있는 어라연은 동강의 많은 비경 중에서도 가장 경치가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2004년 명승 제14호로 지정됐다. 예로부터 강물 속에 뛰노는 물고기들의 비늘이 비단같이 빛난다 해서 ‘어라연’이라 불렸다. 물이 맑고 주변 경치가 수려하며, 하천지형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천혜의 보고다.

정선 아우라지에서 흘러온 조양강이 가수리에서 남동천과 합류해 평창을 거쳐 영월에서 동강이 되는데, 어라연 계곡은 영월 쪽 하류에서 동강의 대미를 장식하는 계곡이다. 골짜기가 깊으면서도 양쪽 기슭의 천 길 낭떠러지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늙은 소나무들이 운치를 더해준다. 인제 내린천, 철원 한탄강과 더불어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래프팅 코스다.

젊은 층의 명소 와이파크, 별마로천문대

젊은달 와이파크는 술이 샘솟는다는 이곳의 지명 ‘술샘’에서 모티브를 얻어 2014년 연 술샘박물관을 재생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복합예술공간이다.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과 여러 박물관, 공방이 합쳐진 공간으로 조각가 최옥영 씨의 공간기획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기존 건물의 내벽, 천장을 모두 뜯어내고 붉은 파빌리온, 목성, 붉은 대나무, 바람의 길 등 미술관의 공간을 연결하고 새롭게 공간을 만들어내 젊은달 와이파크가 됐다. 최씨의 시그니처 컬러인 붉은색을 사용한 작품인 붉은 대나무, 붉은 파빌리온, 목성 등으로 공간을 구성했으며,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작가의 의도처럼 ‘우주’속을 거니는 것같이 느껴진다. 총 11개관으로 구성된 거대한 미술관이자 대지미술 공간이다.

또 다른 명소는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의 별마로천문대다. 별마로천문대는 영월읍 영흥리 봉래산 정상에 세워진 국내 최대 규모 천문대다. 연간 관측일수가 196일로 한국 평균 116일보다 훨씬 많아 국내 최고의 관측 여건을 갖추고 있다.

시민천문대 최상의 관측조건인 해발 799.8m에 있으며, 지름 800㎜ 주망원경과 여러 대의 보조망원경이 있어 달이나 행성, 별을 관측할 수 있다.

주요 시설은 반사망원경이 설치된 주돔(주관측실)을 비롯해 보조망원경 10대를 갖춘 슬라이딩 돔(보조관측실), 플라네타리움돔(천체투영실)으로 나뉜다. 천체투영실에 있는 투영기는 8.3m 돔스크린에 가상의 별을 투영해 날씨에 상관없이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으며 3000여 개의 별 표현, 별자리 찾는 방법, 로마신화 설명을 들을 수 있다.

VR 체험존에서는 VR 패러글라이딩 시뮬레이터를 통해 영월의 하늘을 실제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비행하는 듯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천문대가 있는 봉래산 정상에는 활공장이 있어 넓은 시야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영월 읍내 야경도 아름답다. 동절기(10~3월) 운영시간은 오후 2시부터 10시(매표는 오후 8시50분까지)까지며,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단종의 슬픈 역사 깃든 장릉과 청령포

영월은 단종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장릉은 조선 제6대 왕 단종(端宗·1441~1457, 재위 1452~1455)의 무덤으로, 1970년 5월 26일 사적 제196호로 지정됐으며, 2009년 6월 30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장릉 주위의 소나무는 모두 능을 향해 절을 하듯 굽어 있다.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봉돼 영월에서 죽임을 당한 뒤 동강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영월의 호장(戶長) 엄흥도(嚴興道)가 몰래 수습해 동을지산 자락에 암장했다.

묘가 조성된 언덕 아래쪽에는 단종을 위해 순절한 충신을 비롯한 264인의 위패를 모신 배식단사,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엄흥도 정려비, 묘를 찾아낸 박충원의 행적을 새긴 낙촌기적비, 정자각·홍살문·재실·정자 등이 있다. 왕릉에 사당·정려비·기적비·정자 등이 있는 곳은 장릉뿐인데 이는 모두 왕위를 빼앗기고 죽음을 맞은 단종과 관련된 것들이다. 단종 역사관에는 단종의 탄생부터 17세에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대기를 기록한 사료가 전시돼 있다. 또 창덕궁을 지나 영월에 이르기까지 단종의 유배 경로를 표시해둔 사진을 통해 단종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영월군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에 있는 단종 유배지였던 청령포는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서쪽은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밖으로 출입할 수 없는 섬과도 같은 곳이었다. 강의 지류인 서강이 휘돌아 흘러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으로는 육륙봉의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마치 한반도처럼 생긴 지형이다. 단종의 유배처를 중심으로 주위에 수백 년생의 거송들이 울창한 송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인 관음송은 단종이 걸터앉아 말벗으로 삼았다고 해서 불린 이름이며, 수령 600여 년 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소나무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