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시행되면 주택시장 향방 어떻게?

입력 2019-09-29 15:57
수정 2019-09-29 15:58
서울 집값이 지난 7월 말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그러자 정부는 가장 강력한 부동산대책 중 하나로 평가받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냈다. 분양가 상한제란 토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의 일정마진을 붙여 분양가를 산정해 그 이하로 분양하게 하는 규제다. 신규 분양 아파트 가격이 높게 책정되면 주변의 기존 아파트까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8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시행 개요를 살펴보면 모든 지역이 아니라 투기과열지구에 한정할 예정이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지역만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해 추가 상승을 막으려는 게 정부의 취지다.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시, 하남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다. 추가 선정기준을 살펴보면 △직전 12개월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경우(단 분양실적이 없는 경우 해당 특별시, 광역시, 시 통계를 사용) △청약경쟁률이 직전 2개월간 5 대 1을 초과하는 경우(전용 85㎡ 이하는 10 대 1)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하는 경우 등이다. 즉 투기과열지구면서 위의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를 충족하면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시행 지역으로 선정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상당수 민간 아파트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가가 낮춰질 전망이다. 무주택자들은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가질 수 있어 청약 시장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주택은 가격 메리트가 낮아져 거래가 움츠러들 수 있다. 기존 아파트를 매입하지 않고 전세로 거주하려는 사람이 증가해 전세가격은 상승하겠지만, 매매가격은 거래가 감소해 가격이 안정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발표한 제도의 특징 중 하나는 ‘최초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까지로 기준을 정하면 후분양아파트나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철거·이주까지 진행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모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게 된다.

시장에서는 신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할 것에 대비해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매입에 나서면서 일부 신축 아파트와 분양권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추격 매수에 나서기보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세금, 대출, 전매 제한 등 부동산 규제가 촘촘한 상황이고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경제보복, 최저임금 인상 등 여러 이슈로 국가 경제 체력이 떨어져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여부가 가시화되는 10월을 지나 내년 상반기쯤 부동산과 경기 흐름을 지켜본 후 주택 매입 시기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무주택자에게는 청약이 가장 좋은 내집마련 전략이지만, 가점이 낮아 당첨 가능성이 낮다면 청약만 고집할 수 없다. 분양권 구입, 기존 주택 매입, 재개발·재건축 입주권 구입 등 다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 아파트를 파는 동시에 새로운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고민하지 말고 갈아타도 무방하다.

1주택자라면 가격 변동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하나뿐인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임채우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