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태광산업 "반갑다, LPG값 하락"

입력 2019-09-27 17:13
수정 2019-09-28 01:06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올 들어 최저치까지 떨어지면서 효성화학과 태광산업 등 화학업체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들 업체는 LPG의 일종인 프로판을 탈수소화해 프로필렌을 뽑아낸다. LPG 차량 감소로 수요 부진에 시달려온 E1과 SK가스 등 LPG 공급 업체들도 석유화학용 LPG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이달 국제 LPG 가격(프로판 기준)을 t당 350달러로 고시했다. 전달보다 20달러 내렸으며, 올 들어 최저치다.

프로판을 탈수소화해 추출한 프로필렌은 자동차나 가전제품 내·외장재 재료인 플라스틱 원료 폴리프로필렌(PP)을 제조하는 데 쓰인다. 지난 5월 이후 LPG 가격이 내려가면서 프로판 탈수소화(PDH)의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화학업계에선 프로판이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부산물인 나프타보다 t당 50달러 이상 싸지면 PDH 방식의 경제성이 높다고 본다. 올 3분기(7~9월) 프로판 가격은 t당 평균 365달러로, 475달러인 나프타보다 110달러 싸다. 2010년대 중반까지 연 200만t에 못 미쳤던 석유화학용 LPG 사용량은 지난해 359만t까지 뛰었다.

LPG 가격은 매달 아람코의 국제 가격을 기반으로 각국이 환율과 세금, 유통비용 등을 반영해 결정한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증가로 LPG 공급량이 늘고 있어 아람코가 국제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앞으로도 프로판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PDH 방식을 쓰는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중국이 미국산 프로판 관세를 올리면서 미국산 프로판이 중국 대신 한국으로 들어와 물량 확보도 한층 쉬워질 전망이다. 국내 프로판 수입량에서 미국산 비중은 90%를 웃돈다.

효성화학은 울산 공장에 PDH 방식으로 연간 프로필렌 56만t과 폴리프로필렌 7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1조4000억원을 들여 베트남에 신공장도 짓고 있다. 프로판 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로 이 회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1.8% 늘어난 745억원을 기록했다. 태광산업도 울산석유화학단지에 연산 30만t 규모의 PDH 프로필렌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 회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7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2% 증가했다. 이들 석유화학 공장은 E1과 SK가스로부터 LPG를 공급받는다. 김수현 LPG협회 부장은 “수송용 LPG 수요가 정체 상태에 빠졌지만 석유화학용 LPG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