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檢, 조용히 수사하라는데 말 안들었다"

입력 2019-09-26 19:59
수정 2019-09-27 02:06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사진)이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에 ‘대통령의 순방 기간 동안 조용히 수사하라’는 뜻을 전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강 수석은 26일 전남 순천시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균형발전 정책박람회 기조강연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니 검찰에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하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그 말을 듣지 않았고 대통령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회담을 하는 시간에 우리가 봤던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그런 일을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외압을 넣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강 수석은 이어 “수사를 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며 “검찰도 대한민국 구성원이고, 공무원이라면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장관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강 수석은 강연 뒤 검찰에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알아서 생각하라”며 답변을 피했다. 강 수석은 파문이 커지자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다’는 것은 검찰에 직접 얘기했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쓴 페이스북 글과 여당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통해 전달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검찰 관계자 가운데 나에게 어떤 연락이라도 받은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외압을 부인했다.

강 수석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 회담과 유엔총회에서 던져질 ‘중요하고도 진전된 한반도 구상’에 대해 트럼프와 국제사회의 큰 호응이 있길 두손 모아 기원한다. 누가 뭐래도 지금의 시간은 한반도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데 진력할 때”라고 글을 남겼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검찰을 협박하는 것은 물론 수사에 개입했음을 자인하는 발언”이라며 “나사 풀린 청와대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도 “대통령의 지시였는지 아니면 누구 선의 지시였는지 밝히고 응당한 해명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피의사실을 공표한 적이 없다”며 “강 수석이 피의사실 공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 검찰과 직접 소통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던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