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사업구조 재편…스마트폰 기판 생산 접는다

입력 2019-09-26 17:38
수정 2019-09-27 01:50

LG이노텍이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 사업을 정리한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HDI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고 생산설비가 있는 충북 청주공장을 연내 폐쇄할 계획이다. 청주공장에 있는 설비와 일부 인력은 반도체용 기판 사업을 하는 경북 구미공장으로 옮긴다.

HDI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과 회로를 모아놓은 메인 기판이다. LG이노텍은 2000년대 초반 HDI를 생산하기 시작해 한때 이 사업에서 연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중국 및 대만 업체의 저가 공세와 주요 스마트폰 업체의 판매량 감소로 HDI 연간 매출이 2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은 올 들어 HDI 생산량을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이고 청주공장 인력을 구미로 전환 배치하는 작업을 해왔다.

LG이노텍은 HDI에 투자하던 인력과 자금을 반도체용 기판 사업에 쏟아부을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반도체 기판과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용 부품 사업에 3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적자를 내는 HDI 사업을 정리하고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대비해 반도체용 기판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 회사 전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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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기판 사업 접어…"돈 안되는 사업 과감히 정리"

‘제2의 카메라모듈을 찾아라.’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사진)이 지난해 11월 취임한 뒤 각 사업부에 내린 특명이다. 회사 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카메라모듈 사업에 버금가는 미래 성장동력을 찾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해서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려운 사업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만두는 사업에서 생긴 여력은 차세대 성장동력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 방향에 맞춰 첫 번째 정리 대상이 된 사업이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점에 달한 2013년 이후 HDI는 줄곧 사양길을 걷고 있었다. 2015년 이전만 해도 LG이노텍의 HDI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은 4~5%대였지만, 2017년 이후 3% 아래로 떨어졌다.

올 들어 중국과 대만 기판 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치고 들어오면서 수익성은 더 나빠졌다.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이 시장 점유율을 늘리면서 생긴 일이다. LG이노텍은 올 들어 생산량을 작년 대비 절반으로 줄였다. 올 상반기 이 회사의 HDI 점유율은 1.3%로 쪼그라들었다. 결국 정 사장은 HDI의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대신 반도체 기판에 집중하기로 했다. 비슷한 기판 사업이어서 HDI 관련 인력과 설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HDI 생산시설이 있는 충북 청주 공장을 연내 폐쇄하고, 인력과 설비를 반도체 기판 사업장이 자리잡은 경북 구미로 옮기기로 한 이유다.

LG이노텍은 국내외 반도체 제조업체로 거래처를 늘려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세계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2015년 말 9.5%였던 LG이노텍의 점유율은 올 상반기 20.8%로 높아졌다. 반도체 기판 부문의 활약에 힘입어 LG이노텍 기판사업부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613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4% 늘었다.

‘선택과 집중’은 LG이노텍만의 전략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 전 계열사가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될 성싶은’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실리를 추구하는 구 회장의 경영 방침에 맞춰 LG 계열사들의 사업재편 속도는 빨라지는 추세다.

LG전자는 올 2월 (주)LG 및 LG CNS와 함께 투자한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다. 수처리 자회사인 하이엔텍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은 매각했다. 대신 전장사업을 키우기 위해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기업인 ZKW를 인수했다.

LG유플러스는 방송과 통신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유선방송업체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고 부대 사업인 전자결제대행(PG)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다. LG화학은 LCD(액정표시장치)용 편광판과 유리기판 사업을 접고 배터리·유화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LG 계열사들이 돈 안 되는 소규모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이 어려운 중대형 사업과 자회사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인설/황정수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