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원금 손실 우려를 낳고 있는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관련 상품이 내년 9월까지 차례로 만기를 맞는다.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상품에서 첫 원금 전액 손실 사례가 나온 가운데 남은 만기와 상품 잔액은 약 200차례, 총 7398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 한 원금 손실 ‘폭탄’이 연달아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속속 확정되는 손실률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상품은 오는 11월19일까지 12차례에 걸쳐 만기가 예정돼 있다. 614억원 규모의 상품은 이달 19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이미 만기를 맞았다.
이날 만기였던 상품의 손실률은 98.1%로 확정됐다. 1억원을 넣었다면 190만원만 건지는 셈이다. 이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3%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이 시작되고 -0.6%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을 모두 잃는 구조다. 전날 기준 이 금리가 -0.619%까지 떨어지면서 원금이 100% 날아갔다. 만기 유지 시 지급하는 쿠폰 금리(액면 약정 이자) 1.4% 선취 운용수수료 반환분 0.5%만 겨우 돌려받는 구조다.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금리 연계형 DLS 상품도 지난 25일 첫 만기를 맞았다. 영국과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와 연계한 DLS에 투자한 이 상품의 손실률은 46.1%로 확정됐다.
대규모 원금 손실이 현실화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독일 금리 연계형 상품은 올해 12차례에 걸쳐 총 862억원이 만기를 맞는다. KEB하나은행은 내년이 더 고비다. KEB하나은행의 금리 연계 DLS 상품은 올해 말까지 12회 차례 만기가 남았다. 상품 잔액은 316억원이다. 내년 1월부터 9월까지는 98차례에 걸쳐 2866억원 규모의 상품이 만기를 맞는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영국 금리 연계형 DLS 상품도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최대 74차례에 걸쳐 2701억원 규모의 만기가 예정돼 있어 손실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자 손실 더 커질까
투자자 손실 규모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DLS 상품의 주된 기초자산으로 활용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영국 파운드(GBP)화 이자율스와프 7년 만기 금리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독일의 9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1.4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지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과 이에 따른 글로벌 교역량 감소로 제조업 수출 기반의 독일 경제가 단기간에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15일 연 -0.7%대까지 하락했으나 이달 들어 반등해 연 -0.4%대로 올라선 뒤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지난 25일 연 -0.572%에 장을 마쳤다.
영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영국 채권시장은 유럽과 동조화 양상을 띠는 데다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어 앞으로 채권 금리와 파운드화의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당국은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 상품과 관련한 제도 개선 방안을 다음달 말께 내놓기로 했다.
정소람/정지은/이호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