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너도나도 '디지털화'를 외치며 기술 개발 등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여전히 크고 작은 전산 장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경쟁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18년도 금융정보화 추진 현황'에 따르면 작년 기준 은행(시중, 인터넷, 지방, 특수은행)들의 지난해 총 예산은 24조8430억원으로 이 가운데 IT관련 예산은 2조6370억원이었다.
총 예산에서 10.6%를 차지하는 규모다. 2016년 이후 총 예산에서 IT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 이상이다.
증권업계도 비슷한 실정이다. 작년 기준 총 예산 대비 IT 예산 비중은 11.2%(9620억원)으로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2016년 총 예산 대비 IT 예산 비중이 12.4%로 가장 높았고 2017년 11.7% 등으로 조금씩 줄고 있지만 여전히 10% 이상을 웃돌고 있다.
인력 역시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 중 IT인력은 4396명으로 2017년 대비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권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IT인력은 1797명으로 2.6% 늘었다.
보안 강화 차원에서 선임하는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의 경우 국내 모든 은행이 임원급 CISO를 지정했고 증권사의 경우 임원급 CISO의 비중이 66.3%를 기록했다.
금융권은 자금과 인력을 쏟아 붓고 있지만 크고 작은 전산장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하나은행 금융 어플리케이션(앱) '하나원큐'는 전날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접속이 안되는 등 전산장애를 일으켰다. 하나은행 측은 당일 월급날이 몰려 있어 접속량이 급증했고 이에 따른 서버 과부하로 앱 접속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타행도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다. 우리은행은 작년 5월 차세대전산시스템 '위니'를 가동했지만 첫 날부터 오류가 발생했고 다시 개선 작업을 거쳐 9월께 재가동 했지만 또 먹통이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한은행도 작년 9월 인터넷, 모바일뱅킹 서비스에서 일부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전산시스템 미비로 실제 발행한 채권 물량을 넘어서는 '유령 채권' 매도 주문이 나왔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 9일 증시 개장 이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가 먹통이 됐고 작년에는 삼성증권이 배당착오로 501만여주의 '유령주식'이 매매되면서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사 간의 '보여주기'식 경쟁에서 비롯된 문제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는 최근 몇 년간 '디지털'을 혁신이라고 외치며 자금과 인력이 IT사업에 투입됐다"며 "천편일률적인 금융사의 앱을 보면 알 수 있듯 혁신 없는 회사들의 경쟁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