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기업인 목소리 잘 듣겠다"…전경련 "다시 뛸 여건 만들어달라"

입력 2019-09-25 17:27
수정 2019-09-26 01:59

“이 자리에 오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찾아 20대 그룹 경영진과 만났다. 날로 악화하는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해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 의원이 주도한 자리다. 민주당 지도부가 전경련에서 기업인을 만난 것은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행사 명칭은 ‘민주당 의원, 귀를 열다! 주요 기업 현안 간담회’로 정했다. 이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어떻게 하면 어려움에 빠진 한국 경제를 풀어가기 위한 지혜를 같이 모을 수 있을까 해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어떻게 하면 기를 펴고 기업을 (경영)할 환경을 만들지 지혜를 모으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 더 많은 의원이 오고 싶어 했지만 하필 공간이 전경련이냐며 안 온 분들이 있다”며 “그럼에도 우리가 전경련에서 탈퇴한 회사를 포함해 기업인들을 모셔달라고 했는데 굉장히 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전경련을 찾는 것에 대한 부담을 토로한 셈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의원과 홍영표 전 원내대표, 민병두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12명의 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전경련에서는 권태신 상근부회장과 배상근 전무가 참석했고 기업에서는 전경련을 탈퇴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를 비롯해 롯데 GS 한화 등 14개 주요기업 임원이 자리했다. 권 부회장은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이 신나게 다시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며 “규제 환경을 정비하고 노동 유연성은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경제계도 기업가정신을 되살려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인을 대표해 발언한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은 “여기 온 모든 분이 경제가 어렵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본다”며 “정부와 기업이 합심하면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의원들의 잇단 방문을 계기로 국정농단 사태에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아 청와대와 정부 행사에서 전경련을 제외시키는 이른바 ‘전경련 패싱’이 마침표를 찍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달 전경련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을 방문하기 위해 전경련을 찾았다. 올해 1월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벨기에 필리프 국왕 환영만찬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청와대 초청을 받았다. 전경련은 “여당이 경제계와의 소통을 확대하는 움직임은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경제 현안 논의를 위해 여당을 포함해 정치권과의 소통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