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보유 중인 우리금융지주 지분 4.0%를 대만 푸본금융그룹에 매각했다. 그동안 우리금융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해온 오버행(주식 물량 대량 출회)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10일 계열사인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자회사로 전환한 데 이어 해외 금융사를 우호 주주로 확보하면서 그룹 경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우리은행은 보유 중인 우리금융지주 주식 4.0%(2889만707주)를 장 마감 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25일 공시했다. 매각 상대방은 대만 푸본금융그룹 자회사인 푸본생명이다. 주당 매각 가격은 1만2408원으로, 이날 종가(1만2400원) 대비 소폭 높은 가격이다. 총 매각 규모는 3585억원이다. 이번 지분 매각 이후 우리은행이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은 1.8%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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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주가 리스크' 해소…"지주 지분 추가 매각 협상중"
우리금융은 올초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6개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러나 매각 과정에서 ‘오버행(주식 물량 대량 출회)’ 이슈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은 우선 우리은행의 자회사로 남겨뒀다. 이후 이달 10일 우리금융은 두 회사의 지분을 완전히 사들이며 자회사로 전환했다. 우리은행은 우리카드 지분 100%를 사들이는 대가로 우리은행에 보유 현금 5983억원과 자사주 신주 5.83%(약 4210만 주)를 지급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이 우리금융 지분 5.83%를 보유하게 됐지만 이를 매각하는 것이 과제로 꼽혀왔다. 은행은 지주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6개월 안에 이를 매각해야 한다.
이번 지분 매각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와 은행이 공동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자 유치 활동을 벌여왔다. 지분을 장중 매각하면 매각 물량이 많아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매각 관계자는 “손 회장이 일반 주주 등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고심해왔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매각 이후에도 우리금융 지분 1.8%를 추가로 매각해야 한다. 중동 국부펀드 등 또 다른 해외 기관투자가와 매각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유럽 및 북미 지역 투자설명회(IR)에 나서는 만큼 최대한 빨리 매각한다는 게 은행의 방침이다.
대만 푸본금융그룹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사업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푸본그룹의 생명보험 계열사인 푸본생명은 대만의 2위 생명보험사다. 지난해 현대라이프생명을 인수해 푸본현대생명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국내 보험시장에 진출했다. 이번 거래를 계기로 우리금융의 과점 주주로도 올라서게 된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과점 주주 중에는 지난 6월 기준 IMM PE(5.96%)에 이어 두 번째로 지분율이 높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