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팔라듐 가격이 올 들어 37% 가까이 오르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팔라듐 가격은 이번 달 들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600달러를 넘어섰다. 시장 전문가들은 팔라듐 가격이 1700달러 선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금·은 등 안전 자산에 자금이 몰리면서 팔라듐도 덩달아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팔라듐 선물 12월물 가격은 트라이온스(31.1g)당 164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6일 사상 처음으로 트라이온스당 1600달러를 넘어선 팔라듐 가격은 지난 9일 동안 2.5% 넘게 더 뛰었다. 팔라듐 가격은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1100달러대를 기록했지만 이후 약 37%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팔라듐 가격이 이토록 크게 뛰는 현상에 대해 최근 세계에 퍼지고 있는 안전 자산 선호 기류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캐나다 TD증권의 바트 멀렉 수석 원자재 전략가는 킷코와의 인터뷰에서 “팔라듐 가격은 금값과 같이 가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미 중앙은행(Fed)이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이 두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더 많은 투자자가 안전 자산인 금과 은, 팔라듐 등을 사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특이한 부분은 팔라듐이 금보다 훨씬 큰 가격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12월물 가격은 온스당 팔라듐 가격보다 100달러 이상 낮은 1535.65달러에 그쳤다. 국제 금값은 올 들어 19.6%가량 상승했다.
팔라듐이 최근 공급 차질 문제를 겪을 것이란 우려가 퍼지고 있는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팔라듐 최대 산지 중 하나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근 강성 금속노조의 노동쟁의 돌입 조짐이 나타나면서 원자재 시장에 대한 팔라듐 등의 공급 차질 문제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타났다. 남아공 최대 금속노조인 남아프리카 광산건설노동자조합이 최근 강성 노조위원장인 조지프 마툰쟈를 차기 노조위원장으로 재선출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강화에 따른 수요 증가도 팔라듐의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 팔라듐은 가솔린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인 촉매변환기의 산화 촉매로 주로 쓰인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소비권에서 자가용 등의 배기가스 배출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팔라듐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정부도 최근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캠페인 강도를 높이고 있다.
원자재 전문가들은 팔라듐 가격이 앞으로 더욱 상승할 것이란 견해를 내보이고 있다. 조니 테베스 UBS그룹 애널리스트는 “풍부한 수요와 공급 차질, 마땅한 대체 투자처의 부재로 인해 팔라듐 가격은 앞으로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카르스텐 프리츠히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팔라듐의 심리적 가격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온스당 1620달러가 깨졌으니 이제 1700달러를 넘어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